산업 간 융합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의 성공 여부는 업종의 벽을 뛰어넘은 혁신적인 서비스나 제품에 달려 있게 마련이다. 무엇보다 협력적이고 유연한 사고와 정책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기존 산업구조를 지탱하던 칸막이는 하나둘씩 무너지는데도 여전히 부처별 높은 장벽이 업계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니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의 보여주기식 정책이 남발되면서 신산업의 뿌리인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오히려 허약해졌다는 과학기술계의 한탄에는 말문이 막힐 뿐이다.
부처 칸막이는 대통령까지 나서 수차례 엄포를 놓았지만 좀처럼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첨단사업을 실증 시험하겠다는 규제프리존만 해도 해당 부처의 반대로 최종 도입이 무산된 분야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정부에서 일하는 민간 전문가들은 부처별로, 국·과별로 촘촘히 짜인 예산 및 허가 권한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라고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나 미래창조과학부 등 관할범위가 모호한 틈을 타고 저마다 신산업을 주도하겠다며 조직을 늘리겠다고 나서 업체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4차 산업혁명의 열쇠는 규제개혁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민간 부문이 기술혁신의 주역으로 나서 자유롭게 뛸 수 있는 환경조성에 충실해야 한다. 일본처럼 총리실에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각 부처에 퍼져 있는 신산업 관련 부서를 총괄 지휘하도록 하고 일선 부처에서는 투자환경 정비에만 주력하는 등 칸막이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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