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상임고문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10일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참패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계파 이익 챙기는 데 거수기 노릇만 하니 국민의 시선이 싸늘해진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 전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초선의원 연찬회에서 강연자로 나서 “계파 싸움으로 엉터리 공천을 하는 탓에 참패했다. 역대 보수 정당의 최악의 참패이자 최악의 선거였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참 괜찮은 사람들이 국민을 우습게 보는 새누리당 지도부와 그 윗선 때문에 낙마했다”며 친박계와 청와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어 “(선거 참패 이후) 공천관리위원회 해산하고 최고위원회 해산하면 그걸로 끝이냐. 다선 의원들은 어디서 뭘 하는지 보수표가 이탈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며 중진들을 향해 쓴소리를 이어갔다.
김 전 의장은 당 쇄신 방향에 대해 “우리 당은 기득권 옹호자로 전락했고 3년간 눈치 보는 데 프로였다”며 “이제는 무작정 당론을 정해 국회의원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일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안 하나하나 당론을 정해 의원을 예속시키면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 공방만 벌이는 행태에 대해서도 질타했다. 김 전 의장은 “이렇게 반성하지 않는 정당이 내가 몸 담았던 정당인가”라며 “당장 선거하면 120석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 구성은 왜 한달 넘게 하지 않느냐”며 “그냥 솔직하게 선거관리위원회를 꾸려서 선거(전당대회) 치르는 게 낫겠다”고 꼬집었다. 한편, 김 전 의장은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는 데 대해 “나는 자격이 없다”며 거절 의사를 분명히 했다.
/류호·박효정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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