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돈을 무한대로 찍어내 미국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주장으로 경제전문가들의 빈축을 샀다. 전문가들은 잇단 양적완화 정책으로 이미 돈이 넘쳐나는데 더 많은 돈을 풀면 달러화 등 신용화폐가 위기를 맞게 된다며 무지하고 허황한 트럼프의 발상이 세계 경제에 위기를 몰고 올 것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9일(현지시간)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19조달러(약 2경2,302조원)에 달하는 미국 부채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나는 부채의 왕이며 부채를 사랑한다”며 “미국 정부는 돈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막대한 빚을 내 사업을 해본 그는 국채가 너무 많이 발행돼도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채가 많이 발행돼 수익률이 오르고 가격이 떨어지면 오히려 국채를 더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며 “기업 경영에서는 언제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그는 만기 도래한 국채 중 일부는 상환하지 않고 협상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미국과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일제히 비난을 쏟아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최고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 국채가 무제한 발권으로 가치와 신뢰를 잃으면 달러화 등 금융자산은 위기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CNN도 문제가 있는 미국 국채에 투자자들이 몰려들 일은 없을 것이라며 트럼프의 발언은 처음부터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레그 발리에르 호라이즌인베스트먼트 수석 투자전략가는 “트럼프의 무모함은 끝이 없다”며 “그가 제안한 미국 부채 조정방안은 나무 한 그루 없는 숲에서 성냥을 켜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트럼프는 부자 증세에 대해 말을 계속 바꿨다. 처음 부유층에 대한 세율을 39.6%에서 25%로 낮추겠다고 주장하더니 최근에는 표를 의식해 부자 증세 카드를 내놓았다. 하지만 증세 논란이 거세지자 트럼프는 이날 또 말을 바꿔 “현 수준에서 부자들에게 매겨진 세율을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부유층과 중산층 전체가 세금감면 혜택을 볼 것”이라고 밝혔다.
/최용순기자 sen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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