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바란다고 해도 현실화가 되기는 어려운 부분일 텐데 한국 관객들이 일본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국 관객들은 영화를 진지하게 봐주고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영화에 관심이 깊죠. 일본도 영화 팬들은 있지만 보통은 전혀 흥미가 없는 경우도 많아 아쉬울 때가 있어요.”
연기 경력만 30년이 훌쩍 넘는 연륜의 배우 구니무라 준(61·사진)은 10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한국 영화계를 일본과 비교할 때 ‘좋다’고 느낀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배우는 11일 개봉하는 나홍진 감독의 신작 ‘곡성’을 통해 처음으로 한국 영화 현장을 경험했다. 배우는 “내가 겪은 사람은 한 명밖에 없으니 이 스타일이 한국 영화를 대표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나 감독의 경우 좋은 의미의 ‘독재자’였다”며 “일본에서는 드문 방식인데 이번 경험으로 감독이 현장 제일의 권력자가 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감독들의 공통점은 개성이 강하다는 것인데 나홍진은 그중에서도 ‘정말 모르겠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한 매력이 있다”며 “특히 감독으로 배우 안에 숨겨져 있는 모습을 끄집어내는 기술과 힘이 굉장하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구니무라 준이 ‘곡성’에서 맡은 역할은 언젠가부터 곡성에 들어온 정체불명의 ‘외지인’이다. 때마침 괴이한 살인사건이 연달아 일어나고 마을 사람들은 모든 것이 ‘외지인’ 때문이라고 믿는다. 배우는 마을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 공포스러운 존재가 돼가는 외지인을 연기하기 위해 속옷만 걸친 반라를 드러내기도 하고 야생동물을 뜯어먹는 등 독한 연기를 펼친다. ‘내 몸이 과연 관객들에게 보여줄 몸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출연을 주저하기도 했지만 감독의 전작을 다 찾아본 후 ‘이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결정을 했다고 한다. 다행히도 결과는 대만족. 그는 “촬영할 때는 힘드니까 두 번 다시 이 고생은 하기 싫다고 생각하지만 완성된 영화를 보고 ‘재미있다’고 느껴지면 힘들었던 기억은 다 사라져버리는 것이 배우”라며 “‘곡성’을 통해 나도 모르던 나의 표정을 발견한 것 같아 기뻤고 체력이 허락하는 한 또다시 그의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졌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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