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국내 최초로 서울메트로 등 15개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근로자를 대표하는 근로자이사가 기업의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이사회에 참여하는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한다. 이는 사회 갈등에 따른 비용을 줄이고 노사 간 상생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경영계는 근로자이사제가 기업 현실을 도외시한 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이 제도를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0일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는 10월부터 서울시 산하 15개 기관에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근로자이사제가 도입되는 곳은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시설관리공단·SH공사·세종문화회관·서울시향 등 근로자 30명 이상 서울시 산하 공사·공단·출연기관이다. 출자기관은 제외됐다.
근로자이사는 전체 비상임이사 정원의 3분의1로 제한되며 이에 따라 근로자 300명 이상 기관은 2명, 300명 미만 기관은 1명의 근로자이사를 두게 된다. 공개모집과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임명하며 세부 자격은 기관별 특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의견을 수렴해 구체화한다. 근로자이사는 사업계획과 예산·정관개정·재산처분 등 주요사항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 근로자이사가 되면 노동조합을 탈퇴해야 한다. 항상 사용자 이익을 대표해 행동하는 사람이 노조에 참가하면 안 된다는 법에 따른 것이다. 임기는 3년, 무보수이며 회의참석 수당 등 실비를 받는다.
서울시는 이달 중 근로자이사 조례안을 입법 예고하고 공청회를 거쳐 8월께 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10월부터 비상임이사들의 임기가 만료되는 산하 기관부터 차례로 제도를 도입한다.
박 시장은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해 근로자의 주인의식을 강화함으로써 투명한 경영과 대시민 서비스 개선을 이루고 이를 통해 경제성장 동력이 창출되는 선순환 경영구조를 확립하는 계기를 만들어가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영계는 즉각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근로자이사제는 방만 경영으로 매년 적자를 거듭하고 있는 국내 공기업의 개혁을 방해하고 생존마저 위협할 것”이라며 “우리나라 경제체계와 현실을 도외시한 제도이므로 심각한 부작용과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일부 공기업이 근로자이사제를 악용해 성과연봉제와 공정인사제도 등 기업 생존에 필요한 혁신을 저지할 수 있다는 게 경총의 설명이다.
경총은 이어 “서울시가 모델로 한 독일식 노동이사제는 독일에서조차 자본시장 발전을 막고 국가경쟁력을 약화한 제도로 외면받고 있다”며 “서울시는 공기업 경영의 효율성을 저하하고 노사관계마저 악화시킬 근로자이사제 도입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양사록·서일범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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