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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교실] 극심한 일본 국가채무 왜 생겼나요?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경기부양책 실패·무리한 복지지출로 빚만 쌓였죠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전 세계 1위(2014년 기준)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가장 최근 통계 기준 지난 2013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자그마치 239.8%예요. 절대금액으로는 미국의 국가채무가 가장 많지만 일반적으로 채무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GDP를 고려해 국가채무의 심각성을 비교합니다. 일본의 채무비율이 왜 이렇게 높은 건가요?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일본의 채무는 이렇게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80% 미만이었습니다. 그런데 자산버블이 터진 후 경기침체에 빠진 일본 경제를 살리고자 일본 정부는 돈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돈을 풀고 정부재정을 늘려도 일본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습니다.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니 일본 국민들은 소득이 거의 오르지 않고 미래에도 돈을 벌기 어렵다고 생각해 허리띠를 졸라맸습니다. 특히 일선에서 은퇴하는 고령자들의 경우에는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일본 정치인들은 표를 잃지 않기 위해 재정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정부지출을 확대했습니다. 특히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노령층에 다양한 정부 복지사업을 시행하다 보니 정부의 곳간은 금방 동이 나버렸습니다. 이제는 일본 정부가 빚이 많다 보니 빚을 내 이자를 갚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재정·통화정책은 거의 기능을 못하게 됐고 경기가 좋아져도 이자율을 쉽게 올리지 못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차대전 직후처럼 애국심에 호소해 부채를 탕감할 수도 없고 결국 증세로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야 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습니다.

1115A37 경제교실


☞ 우리나라는 괜찮을까요

잠재성장률 2%대 하락 전망 속

정치권·지자체 포퓰리즘 경쟁

국가채무 15년새 5배 이상 늘고

연금·복지 비용도 지속적 증가

☞ 재정건전성 강화해야 해요

국민소득 2만弗대 맴도는 한국

저출산·고령화 등 日 닮았는데

원화 국채는 리스크에 더 취약



급격한 유동성 위기 맞을 수도

비효율적 지출구조 개혁 필요

그런데 우리나라도 일본을 두고 이웃집 불구경할 처지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25로 OECD 국가 중 꼴찌이자 세계 최하위 수준입니다. 게다가 인구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릅니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638만6,000명(전체 인구의 12.7%)으로 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으며 오는 2026년에는 20%가 넘게 돼 초고령화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가운데 잠재성장률은 2%대로 하락했고 국가채무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2000년 약 111조2,000억원(GDP 대비 17.5%) 정도였던 국가채무는 2015년 590조5,000억원(GDP 대비 37.9%)을 기록해 약 5.3배로 증가했습니다. 여기에 군인 및 공무원에 대한 연금충당 부채가 659조6,000억원으로 법률로 보장된 정부 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대다수 국민이 가입한 국민연금의 잠재적 부채를 포함할 경우 국가가 궁극적으로 책임질 수밖에 없는 부채는 더욱 크게 늘어납니다. 고령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연금뿐 아니라 건강 및 의료 등에 관한 복지지출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저성장 함정에 빠져 지난 10여년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와중에 정당 간 포퓰리즘적 복지지출이 경쟁적으로 증가해왔습니다. 정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도 선거 때마다 다양한 복지사업을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정부의 사회보장 예산은 전체 정부 예산의 30%로 증가했고 전국적으로 정부부처 복지사업 외에도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사업 수가 1만여개에 달합니다. 장애인이나 저소득층 외에 노령층·청년층·영유아층·지역·에너지 등 다양한 명목으로 복지지출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기관에서 다수의 복지사업을 운영하다 보니 한편에서는 중복수혜를 받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복지가 필요한데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합니다. 유사복지 사업을 분리 운영해 선심성 또는 전시성 사업으로 각종 부작용과 비효율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정부가 쓰는 돈은 민간에 비해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경우 정부가 세금 1달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1.25달러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납세로 인한 근로의욕 감퇴뿐 아니라 세금 납부와 관련된 행정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국가채무가 100%대에서 200%대로 가는 데 불과 13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저출산·고령화, 잠재성장률 하락, 재정 및 통화정책의 한계 노정 등 일본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의 비합리적 재정지출 구조를 효율적으로 개혁하지 않고 불필요한 복지지출을 조정하지 않을 경우 재정건전성은 더욱 악화될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발행한 국채는 엔화로 표시돼 자국 내에서 대부분 보유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원화는 일본 엔화처럼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통화가 아니어서 갑작스러운 유동성 문제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재정을 소홀히 관리했다가는 자칫 일본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노출될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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