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가 완전히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옆 차선을 달리는 다른 자동차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기술이 필수적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의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모든 제조회사가 자동차와 자동차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통신기술을 의무적으로 탑재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라울 로하스 베를린자유대 교수는 1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16’의 ‘세션2-자율주행차,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바꾼다’의 강연자로 나서 “복잡한 도심이 아닌 고속도로에서의 자율주행은 오는 2020년께 상용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로하스 교수가 이끌고 있는 베를린자유대 자율자동차연구소는 지난 2006년부터 폭스바겐을 비롯한 다양한 자동차 회사와의 협력을 통해 자율주행차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로하스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미국 애리조나에서 멕시코시티에 이르는 총 2,400㎞의 거리를 자율주행차로 ‘완주’했다.
자율주행차는 자동차 회사는 물론 구글·애플 등의 정보기술(IT) 업체도 경쟁에 뛰어든 대표적인 미래 신(新)사업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IHS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분야는 약 10년 후부터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 전 세계 판매량이 2025년 25만대에서 2035년 1,180만대까지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로하스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도로 위의 자동차와 교통체계가 상호 소통하는 전방위적인 통신 시스템을 구축해야 자율주행차의 상용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동차와 자동차 간에, 또는 자동차와 신호등 간에 통신 네트워크를 통한 원활한 소통이 이뤄져야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로하스 교수에 이어 연단에 오른 마틴 슈토이렌탈러 BMW그룹코리아 상품개발담당 이사는 시대에 뒤떨어진 일부 국가의 규제장벽이 자율주행차 기술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슈토이렌탈러 이사는 “한국·독일 등과 달리 일부 국가에서는 고속도로상에서 자율주행차의 시험 주행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며 “인공지능(AI)이 자동차를 제어하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인 만큼 당국이 구시대적인 규제를 타파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규제가 해소되고 기술적인 보완이 이뤄지면 수년 내에 우리는 운전자 없는 자동차 안에서 e메일도 체크하고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들을 수 있게 된다”며 “두말할 것도 없이 우리의 삶이 한층 풍요롭고 수월해지는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강연에는 국내를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인 현대자동차의 장웅준 지능형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개발전략팀장도 참석해 연구 성과와 향후 계획 등을 공유했다. 장 팀장은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주인공 남녀가 키스를 하는 장면을 통해 현대차의 자율주행 기술을 소개했다”며 “2000년대 중·후반 기술 개발을 시작한 후 이제는 기술적인 안정성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판단해 본격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장 팀장은 자율주행차의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최선”이라면서도 “만에 하나 사고가 났다면 제조회사가 합당한 책임을 지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고 말했다.
/나윤석·김연하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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