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퇴임을 앞둔 정의화 국회의장이 싱크탱크인 사단법인 ‘새 한국의 비전’을 오는 26일 공식 발족하고 그 안에서 한국판 ‘마쓰시타 정경숙’을 운영한다. 마쓰시타 정경숙은 신진 정치인을 대거 배출한 일본의 대표적인 정치 리더 양성학교다.
정 의장의 한 측근은 1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국내 여러 현안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싱크탱크 성격의 사단법인인 ‘새 한국의 비전’ 창립기념식을 26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의장은 지난해 말 이후 정치문화 발전과 사회교육·국제교류 등 정치·사회적 과제를 다룰 연구소 형태의 가칭 ‘비전 2025’ 창립을 준비해왔지만 최근 ‘새 한국의 비전’으로 명칭을 최종 확정했다. ‘비전 2025’라는 명칭이 2025년 이후의 비전을 제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정 의장이 직접 주변의 조언을 듣고 3~4개의 명칭을 놓고 고심하다 ‘새 한국의 비전’으로 최종 낙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장은 독일의 한스자이델재단이나 미국의 민주화기금(NED) 등과 같은 정치문화 발전을 위한 조직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싱크탱크 내부에는 일본의 마쓰시타 정경숙과 같은 정치 신인 양성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마쓰시타 정경숙은 마쓰시타전기산업(현 파나소닉)의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이 사재를 털어 지난 1979년 세운 정치사관학교다. 만 22∼35세의 지원자를 연수생으로 받아 지금까지 257명을 배출했고 이 가운데 국회의원과 지방의원·기초단체장 등을 합치면 70명에 달한다.
정 의장이 싱크탱크를 공식 발족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 의장의 확대해석 경계 주문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이번 싱크탱크 발족을 정 의장의 대권 행보와 연관 지어 해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실제 정 의장은 임기 내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까지 의회 중심을 역설해온데다 새누리당이 4·13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여권 내 유력 대권후보인 김무성 전 대표가 잠행 모드를 이어가고 있고 나머지 잠룡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낙선하면서 후보 기근을 겪고 있어 정 의장이 대권후보로 부각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 의장의 싱크탱크가 대선 전략을 짜는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정 의장 측근들도 정 의장의 절제된 행보에도 불구하고 “주변 여건이 어떻게 변화하느냐에 따라 (대권) 의지가 살아날 수 있다”며 여운을 남겼다. 여야의 정치지형이 다양하게 분화되면 정 의장이 연대할 수 있는 폭도 커질 수 있어 그때는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설 수 있다는 이야기다.
‘새 한국의 비전’ 참여 인원도 직간접적으로 100명을 훌쩍 넘는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장의 한 측근은 “구체적인 규모나 참여인원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100명은 훨씬 넘을 것”이라며 첫 시작부터 ‘매머드급’ 싱크탱크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새 한국의 비전’은 서울 여의도 S빌딩에 입주하게 된다.
/김홍길기자 wha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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