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인공지능(AI)과 바이오:미래 한국의 생존 열쇠’를 주제로 열린 ‘서울포럼 2016’에서 세계 석학들은 이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았다. 기술혁신이 결코 인류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총, 균, 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교수는 이날 기조강연에서 “AI가 빠르게 전 세계에 전파되면 불평등을 해소하고 평등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휴 허 매사추세츠공대 교수도 특별강연에서 “의족과 같은 생체공학을 이용한 기기와 그 혜택도 머지않아 많은 이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인류가 진보를 악용 또는 남용하지 않는다면 인간의 삶은 분명히 풍요해질 것이라는 믿음인 셈이다.
우리가 귀담아들어야 할 조언도 나왔다. 중국 양대 드론업체 중 한 곳인 이항의 공동창업자 슝이팡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처음 방문하는 한국의 모습을 담기 위해 드론을 띄우려 했지만 정부기관이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털어놓은 후 “중국은 베이징을 제외한 대도시에서 최소한의 규칙만 지키면 드론을 날릴 수 있다. 최소한의 규제와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환경이 성장비결”이라고 소개했다. ‘규제 프리존’을 만들고 “여기서만 놀라”며 생색내는 한국 정부, 신생기업보다는 안정적인 중견 벤처 위주로 몸보신 투자하는 우리 벤처캐피털과는 극명하게 비교된다. 중국이 단순히 한국을 추격하는 단계를 넘어서 일부 분야에서는 넘어설 수 있었던 이유다.
서울포럼 참석자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분명하다. 현재 그리고 미래에 이뤄질 기술발전이 세계 경제의 기본 틀을 바꾸고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킬 것이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끊임없이 바꾸고 투자하고 고민해야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정부에서 기업이 뛰놀 수 있는 마당을 만들어주고 기업은 그 위에서 제대로 놀 줄 알아야 가능한 일이다. 자본에 의한 노동의 대체와 불평등 심화라는 부작용에도 대비해야 한다. 기술혁신이 인류를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서울포럼 참석자들의 예언은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디스토피아의 엄혹한 대가가 뒤따를 것이라는 경고에 다름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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