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12일 경제학과 교수로 변신했다. 김 대표는 이날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의원 워크숍에서 ‘한국 경제의 미래’라는 주제로 30여 분 간 특강을 했다. 원고 없이 진행된 막힘없는 김 대표의 연설에 의원들은 귀를 기울이며 박수를 보냈다.
김 대표는 특강에서 총선 구호로 내걸었던 ‘문제는 경제야’를 잊지 말자고 당부했다. 그는 “올해 정기국회부터 내년 대선까지 여러분들이 경제에 대한 활발한 토론을 전개해야 한다”며 “선거 구호가 실종되면 국민은 다시 그 당에 대한 지지를 보내 주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김 대표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상기시키며 더민주가 내건 ‘포용적 성장’을 재차 강조했다. 김 대표는 “경제성장률이 90년대만 하더라도 6~7%, 2000년대엔 4~5%, 현재는 겨우 2%대로 내려갔다”며 “선진국이라면 2% 성장도 경제가 호황일 수 있지만 우리 같이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한 나라의 성장률이 2%에 머물면 곧 1% 성장, 제로 성장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90년대 이후 멈춰버린 일본 경제의 원인은 바로 세계가 급속도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IMF와 OECD 등 세계 유수의 기관들은 이제 포용적 성장을 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 당도 이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포용적 성장을 위해 의회 민주주의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이 시장답게 굴러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의회 민주주의”라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금융 규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도 법제화가 되지 않는 까닭은 월가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자신이 화두로 던진 구조조정에 대한 필요성을 경고하며 조선업 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위기도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이 13차 경제개발 계획에서 집중 투자 종목으로 반도체를 선정했다”며 “중국과 대만의 반도체 기술은 2년 안에 한국을 따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임금 경쟁력이 없는 우리가 중국을 앞설 수 없다”며 “1위를 달리는 조선업이 한대도 수주 못하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지금 앞으로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를 더민주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대표는 서울경제가 주최한 서울포럼 2016 참석 사실을 언급하며 “현재 정부가 인공지능과 바이오를 우리가 선도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로 겨우 AI라는 개념이 한국에 알려진 수준”이라며 “AI나 바이오를 주도할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다. 그 분야에서 선도하지 못하면 일류국가를 고사하고 현 상황 유지도 어렵다”고 예측했다.
/광주=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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