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컨설팅을 할 때 엄마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시점이 있다. 바로 지능(IQ)검사 결과를 발표할 때다. 자녀의 IQ 수치가 높게 나오면 엄마들은 뛸 듯이 기뻐하며 당장 영재학원에 등록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호들갑을 떤다. 반대로 IQ 수치가 낮게 나온 경우에는 불치병이라도 선고 받은 환자처럼 낯빛이 어두워진다. 그렇다면 정말 엄마들의 생각대로 IQ가 높으면 공부를 잘할까?
인간의 뇌는 매우 다양하고 비범한 잠재 능력을 가지고 있다. IQ는 인간이 가진 수많은 능력 중 기억력, 계산력, 추리력 등 극히 일부만을 평가할 뿐이다. 생각해보라. 세계적인 천재로 꼽히는 아인슈타인은 IQ가 높았음에도 낙제를 겨우 면하는 성적 수준이었고, 다니던 고등학교도 중퇴했다. 발명가 에디슨도 초등학교를 중도 탈락했고 전구를 발명하기까지 약 1,000번의 실패를 거듭했다. 그 밖에 뉴턴, 피카소, 고흐와 같은 세기의 천재들을 감히 IQ 수치만으로 모든 걸 평가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IQ 검사를 꼭 진행하는 이유가 있다. IQ를 측정할 때 사용하는 여러 세부적인 인지능력이 높고 낮음에 따라 취해야 할 학습 패턴과 목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학습능력을 키워주는 대표적인 인지능력으로는 ‘어휘력’, ‘수리력’, ‘추리력’, ‘공간지각능력’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공간지각능력’이다. 공간지각능력은 관리 여부에 따라 학습 능력을 떨어뜨리는 독이 될 수도, 다른 학습 능력과 조화를 이루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공간지각능력은 외부에 대한 관심, 창의적인 사고를 나타내는 지표다. 공간지각능력이 높을수록 상상력이 풍부하고, 기하나 도형문제에 능하며, 새로운 모험에 두려움이 없다. 그러나 공상이 많아 수업에 집중을 못하고 반복 학습을 싫어해 소위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못한다’는 소리를 듣기 일쑤다. 즉, 수치가 높을수록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다른 학습능력과는 달리 공간지각능력은 수치가 높을수록 주변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까다로운 녀석이다.
얼마 전 컨설팅과 공부 습관 교정까지 마친 H양(14, 서울 목동)의 사례를 보자. H양은 다른 능력에 비해 공간지각능력이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공간지각능력이 높을수록 머리가 좋기 때문에 IQ 수치는 높게 나왔지만 H양의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공간지각능력이 높으면 수업 중에도 공상을 자주 하고, 공부도 진득하게 앉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반복 학습을 통해 수학 실력을 키워주어야 학습적인 균형이 잡히게 된다. 우선 H양은 수학 연산 풀이를 통해 반복 학습에 대한 근력을 길러주기로 했다. 또한 한 달에 한 번은 반드시 고전이나 철학, 역사 등 인문학과 비문학 위주의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자신의 방식대로 정리하는 훈련을 시켰다.
이렇게 공간지각능력이 높은 아이에게 수학 연산 훈련과 구조화, 체계화가 필요한 글을 읽는 훈련을 반복하면 우수한 머리에 남다른 공부 실력까지 갖춘 아이로 거듭날 수 있다. H양은 이 방법으로 6개월간 산만했던 학습 태도를 교정하는데 성공했다. 이제는 과학고를 노릴 수 있을 정도로 우수한 성적을 받고 있다.
다시 말해 단순한 IQ 수치만으로 아이의 공부능력을 단정짓지도, 일희일비할 필요도 없다. 공부 머리는 어휘력, 수리력, 추리력, 공간지각능력이 모두 높게 균형을 이룰 때 탄생한다. 즉, IQ의 표면적인 수치보다 자녀의 IQ를 구성하고 있는 세부 인지능력이 어떻게 분포하고 있는지 체크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다. 자녀의 인지 능력별 보완해야 할 점과 발전시켜야 할 점을 찾아 맞춤 학습 전략을 고민할 때 아이는 한 단계 더 높이 성장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
/박인연 멘탈 코치 piy4771@hanmail.net
‘멘탈 코칭 전문가’ 박인연 컨설턴트는?
대한민국 교육 특구 대치동과 목동에서 활동 중인 학습컨설팅 전문가다, 현재 엠베스트 자기주도학습 전문강사, EBS중학프리미엄 자기주도학습 전문강사로 활동 중이다. 지난 22년 동안 약 2만명 이상 학생들을 컨설팅하면서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정확히 설정하고 이에 적합한 학습 방법과 결과를 끌어내도록 돕고 있다. 성격유형검사 MBTI를 비롯해 학습유형검사, 진로탐색검사, 진로흥미검사, 학습습관테스트, 학습지능검사, 기질&성격검사, 다중지능검사, 뇌기능 분석을 통해 아이의 성격 유형과 기질, 역량, 진로와 적성을 파악해 개인별 맞춤 통합 학습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저서로는 ‘내 아이에게 스토리가 필요하다’, ‘공부는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다’, ‘공부재능’, ‘공부습관이 공부팔자를 바꾼다’ 등이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