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제이슨 데이(호주)와는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다섯 번 출전해 세 번을 컷 탈락했고 톱10은 한 번뿐이었다. 지난해 2라운드에서는 81타 굴욕을 겪기도 했다.
1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소그래스TPC 스타디움 코스(파72·7,215야드)에서 열린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라운드. 마지막 홀을 버디로 마무리한 세계랭킹 1위 데이의 성적은 9언더파 63타였다. 코스 레코드 타이기록. 지난해 자신의 81타보다 무려 18타를 줄인 것이다. 2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선 데이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10승과 시즌 3승 기대를 높였다. 데이는 메이저대회 PGA 챔피언십과 플레이오프 바클레이스·BMW 챔피언십을 제패했지만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는 유독 재미를 못 봐왔다.
이번에는 달랐다. 10번홀에서 출발한 데이는 첫 세 홀 연속 버디 등으로 전반에만 4언더파를 치더니 후반에 5타를 더 줄였다. 18홀 동안 보기 없이 버디만 9개를 잡았다. 아일랜드 그린에 까다롭기로 악명높은 17번홀(파3)에서도 버디를 챙겼다. 경기 후 데이는 “재밌는 것은 지난해도 첫날 69타를 쳐놓고 다음날 81타로 컷오프됐다”고 자세를 낮추면서도 “지난해보다 준비가 훨씬 잘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데이는 대회를 앞두고 “스타디움 코스는 자신에게 시험대 같은 곳”이라고 했다. 가장 자신 없어 하는 클럽인 3번 우드와 2번 아이언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그린 적중이 관건인 스타디움 코스에서 데이의 우승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데이는 그러나 이날 83.3%의 높은 그린 적중률을 과시했다. 대회 전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의 집에서 한 주를 푹 쉬며 3번 우드와 2번 아이언 플레이를 완성 단계까지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드라이버 샷이 페어웨이를 여섯 번이나 놓쳤음에도 모든 홀에서 버디 퍼트 기회를 잡은 것은 견고한 3번 우드와 2번 아이언 덕분이었다. 마지막 9번홀(파5)에서 2번 아이언으로 티샷한 데이는 3번 우드로 그린 주변 벙커까지 간 뒤 탭인 버디로 끝냈다. 데이의 스윙코치이자 캐디인 콜린 스와턴은 “최고의 라운드 중 하나였다. 모든 홀에서 버디 퍼트 기회를 잡았고 거의 놓치지 않았다”며 “스타디움 코스는 데이에게 맞지 않는다고 말했던 사람들에게 뭔가 보여줬다”고 했다.
완벽에 가까운 첫날을 보냈지만 우승 기대는 아직 이를지 모른다. 출전선수들의 1라운드 평균 스코어는 70.185타로 지난해 첫날의 72.38타보다 월등히 좋았다. 바람이 거의 불지 않은 좋은 날씨 덕이 컸다. 저스틴 로즈(잉글랜드), 빌 하스(미국) 등이 7언더파 공동 2위에 오른 가운데 최근까지 심각한 퍼팅 입스에 시달렸던 어니 엘스(남아공)도 6언더파 공동 7위로 기분 좋게 출발했다. 제임스 한(미국)과 대니 리(뉴질랜드)는 5언더파 공동 13위, 김시우(21·CJ오쇼핑)는 4언더파 공동 23위로 마쳤다. 그러나 데이와 ‘빅4’를 이루는 조던 스피스(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리키 파울러(미국)는 이븐파로 출발했고 최경주와 안병훈도 각각 1오버파, 3오버파로 주춤했다. 이 대회 우승상금은 189만달러(약 22억원)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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