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의 공격적인 구조재편은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는다는 폭넓은 공감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닛산은 미쓰비시를 인수해 경차부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풀라인을 갖춰 취약했던 신흥국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르노닛산은 연간 판매규모가 950만대로 불어나 현대·기아차와의 격차를 150만대로 벌리는 것은 물론 글로벌 빅3를 넘보게 됐다. 도요타 역시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무기로 경쟁사 지분을 앞다퉈 사들이며 글로벌 지배력을 급속히 높여가고 있다.
주목할 것은 구조재편 과정에서 엿보이는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다. 자동차를 국가 핵심산업으로 삼은 일본 정부는 업체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시장의 목소리에 맞춰 통합작업을 조용히 진행하고 있다. 닛산 경영진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에게 미쓰비시 인수계획을 이례적으로 사전 보고한 것이나 정부에서 금융권을 동원해 업체 간 제휴를 독려하고 나선 것이 단적인 예다. 더욱이 산업경쟁력강화법까지 동원해 구조재편을 지원해주니 민관 합동의 ‘팀 재팬’이 출범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비공개적이기는 하나 그래도 정부가 긍정적 역할에 충실한 모습이다.
이에 반해 우리 정부의 구조재편 작업은 마냥 굼뜨기만 하다. 당장 숨이 넘어가는 조선·해운만 해도 구조조정의 방향이나 원칙도 마련하지 못한 채 좌고우면하느라 시간만 낭비하고 있을 뿐이다. 국내 산업구조 전반을 재편하는 정부 차원의 장기적인 청사진이 더욱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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