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4월 ‘부라보콘’이 나오자 이를 맛보려는 사람들로 동네 구멍가게의 문턱이 닳을 정도였다. 해태제과 생산공장 입구에는 전국에서 올라온 도매상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한다. 그전까지 딱딱한 얼음과자만 먹던 국민들에게는 혀끝에서 살살 녹는 바닐라 맛의 아이스크림은 말 그대로 신세계였을 것이다. 국내 아이스크림 역사가 부라보콘 출시 전과 후로 나뉘는 까닭을 짐작할 만하다.
1960년대까지 아이스크림이란 아이스케키 수준으로 대부분 얼음에 색소를 첨가한 게 고작. 기껏해야 팥앙금을 섞은 정도였던 당시에 부라보콘은 빙과류의 패러다임을 바꾼 일대 사건이었다. 45년 뒤인 2014년 8월 스낵 분야에서 비슷한 일이 재연된다. 그것도 똑같은 회사가 사고를 쳤다. ‘허니버터칩’이 주인공. 감자칩은 짭짤하다는 고정관념을 확 뒤집은 달콤한 감자칩은 그야말로 날개돋친 듯이 팔려나갔다.
한동안 없어서 못 파는 품귀 현상마저 빚어질 만큼 대박이 났다고 한다. 허니통통·허니통통 애플 등 후속모델까지 히트를 쳐 주춤하던 스낵시장 전체 파이를 키웠으니 효자도 이런 효자가 없지 싶다. 두 제품이 국내 제과시장에서 갖는 상징적인 존재감만큼이나 해태제과에 주는 의미는 특별하다. 1990년대 중반까지의 전성기를 이끈 시발점이 부라보콘이라면 허니버터칩은 재도약의 발판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쓰러졌던 해태제과가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허니버터칩 열풍에 따른 실적 개선에 힘입어 상장폐지 15년 만에 최근 증시에 복귀한 것이다. 지금은 크라운제과로 주인이 바뀌었지만 해태제과라는 타이틀은 여전하다. 거래소에 재상장한 11일부터 사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것을 보면 시장도 해태제과의 컴백을 환영하는 듯하다.
마침 상장 전날 일본업체와 공동투자한 허니버터칩 제2공장이 강원도 문막에 완공됐다니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구조조정 등 우울한 소식이 많은 터에 모처럼 들리는 단비 같은 소식이어서 반갑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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