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이 아닌 합창 방식으로 부르기로 한 국가보훈처의 결정에 재고를 요청한 데는 비박계의 입김이 쐐기를 박은 것으로 보인다. 비박계로 채워진 비상대책위원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모호한 입장을 보이던 정진석 원내대표는 상견례가 끝난 직후 당 공식 입장으로 보훈처의 결정에 유감을 표명했다. 일각에선 정 원내대표가 비박계의 힘을 얻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친박 2중대’ 이미지 지우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민경욱 새누리당 대변인은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정부가 5·18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허용하지 않은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며 “보훈처에 재고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민 대변인은 브리핑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논평은 정진석 원내대표의 의견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정 원내대표는 애초 보훈처의 결정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날 비대위 상견례가 열리기 전 보훈처의 제창 불허 방침에 대해 “내가 할 얘기가 아니다. 정부 나름의 원칙이 있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의 입장은 비대위 상견례 직후 바뀌었다. 상견례 중간 기자들과 만난 정 원내대표는 “보훈처의 결정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아직 이틀이 남았으니 보훈처에 재고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의 입장 선회는 김용태 혁신위원장을 비롯한 비박계 비대위원들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는 상견례 자리로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김 혁신위원장의 제안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 문제가 다뤄졌다. 민 대변인은 “비대위원이 아닌 김 위원장이 (가장 먼저) 임을 위한 행진곡과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류호·박효정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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