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내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무산으로 친박계와 비박계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계파 갈등에 따른 ‘정신적 분당’이 ‘실질적 분당’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여기에 정의화 국회의장이 10월께 신당 창당 가능성을 시사해 정계개편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분당 가능성을 먼저 꺼내 든 쪽은 친박계다. 친박으로 분류되는 김태흠 의원은 18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스님이 절이 싫으면 떠난다’는 말이 있는데 정당은 이념이 같은 사람들끼리 하는 게 맞지 않느냐”며 “당 리모델링 과정에서 그런(분당)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용태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그들(친박)에게 무릎을 꿇을 수 없다”며 친박계에 전면전을 선포했다. 정두언 의원은 앞서 지난 11일 “새누리당은 소멸의 길로 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당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새누리당이 결국 ‘친박당’과 ‘비박당’으로 갈라져 각자도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권의 ‘제3 세력화’ 움직임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정계개편 신호탄을 가정 먼저 쏠 주인공은 정의화 국회의장이다. 정 의장은 이날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10월까지 정치그룹 형식이든 정당 형식이든 정당이면 어떤 정당으로 갈지 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달 말 퇴임한 뒤 싱크탱크인 ‘새 한국의 비전’ 출범과 함께 독자 노선을 구축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남경필·원희룡 등 50대 기수론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일단 지방자치단체장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보폭을 넓히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16일 한국정치학회가 주최한 ‘20대 국회 협치 가능한가’ 토론회에 참석해 자신이 실험하고 있는 ‘연정’을 강조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1일 서울국립극장에서 열리는 제주도립무용단 서울 공연에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정 의장과 남 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와 만날 예정이다. 친박계가 대권 후보로 밀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5~30일 방한한다. 반 총장은 방한 기간에 안동과 경주를 찾을 예정인데 일각에서는 대선 출마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보고 있다. 이를 두고 ‘대구경북(TK)-충청 연대’가 가시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여권의 대선 주자들이 행동에 나설 경우 정계개편은 급물살을 탈 것”이라며 “탈계파 선언과 함께 중도 개혁 세력화를 정계개편 명분으로 내세운다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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