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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공감’ 청산도 집배원의 마지막 배달길을 따라 나서다

‘다큐공감’ 청산도 집배원의 마지막 배달길을 따라 나서다




우체국이 하나뿐인 마을 청산도의 집배원 이야기가 가슴을 울렸다.

22일 방송된 KBS1 ‘다큐공감’의 ‘情을 전합니다 청산도 우편 배달길’ 편에서는 청산도 집배원의 얼마 남지 않은 배달길을 따라갔다.

“그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그 사람 성격은 어떤지 성격 파악까지 하죠”라고 말하는 청산도 토박이 정호길(60)씨는 그곳에서 40여 년 간 집배원으로 우편배달 일을 해 왔다. 무심해 보이는 택배와 고지서 하나에도 그 집의 희노애락을 읽을 줄 알고 핏줄 아니어도 숙모 아제로 부르며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넬 줄 아는 정씨다. 2주 후면 은퇴. 은퇴를 눈앞에 둔 배달길은 그래서 더, 각별하다.

아들이 부쳐주는 용돈을 우편으로 받는 어르신들이 섬에는 많다. 정씨는 글 멀고 눈 먼 어르신들을 위해 정씨는 쪽마루에 앉아 예닐곱살 아들 셈 가르치듯 돈 가득 펼쳐놓고 돈 세기 들어간다.

청산도 어르신들은 대개 자칭 “우체국 택배 매니아”시다. 삼사일에 한번,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은 택배를 부친다. 택배 품목은 대개 비슷하다. 청산도에서 난 맛난 것들 보내는 이들도 비슷하다. 자식들 아니면 일가친척들 뚜렷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고, 그저 청산서 난 맛나고 좋은 것들 먹으라고 보낸다.

먹고 사는 것이 절박했던 시절이 사무쳤던 부모들. 목 메이게 없는 세월을 살아서, 자식들 키울 때 배 곯리고 돌아다보질 못해서, 그래서 그게 미안하고 안쓰러워서…자식들이 제 밥벌이를 잘 하고 살아도, 부모는 자식들 먹을 걸 챙기고 싶어한다.



백씨의 택배를 받은 막내 아들이 고맙다고 손편지를 보내왔다. 부모는 아들의 편지지 하나에 눈물이 흐르고 가슴이 짠하고 벅차도록 행복하다. 엄마도 편지를 써서 택배 상자 안에 넣어 보낸다.

청산도 우체부 종호길씨는 “글 모르는 어르신들한테 편지 읽어주다가 감동에 북받쳐서 같이 울어버린당께요”라며 청산도 우체부로서의 보람을 말했다.

정호길씨의 아내 김영혜씨는 “우체국 한 번 들어가서 자기가 이 일을 하고 죽으면 소원이 없다고 항상 얘기했어요. 그런데 소원을 풀었어요”라며 은퇴 2주를 남긴 남편 정호길씨를 자랑스러워 했다.

[사진=KBS 제공]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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