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나 이사회 없이 크라우드펀딩으로 참여한 익명의 투자자들이 자신의 지분율을 투표로 행사해 투자 대상을 고르는 새로운 형태의 벤처펀드가 눈길을 끌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30일 온라인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한 벤처 캐피털 신생기업 DAO가 지금까지 1억5,200만달러(약 1,811억원)의 투자자금을 모았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플랫폼 이더리움을 개발한 비탈릭 부테린이 주도하는 DAO 프로젝트는 이달 28일까지 투자자금을 모집할 예정으로, 총액은 2억 달러를 넘길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영리를 추구하는 DAO가 기존 벤처 캐피털과 다른 점은 투자자들이 가상화폐 ‘이더’를 통해 자금을 넣고 자신의 지분율에 따라 지급 받은 ‘DAO 토큰’으로 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DAO는 CEO도 없고 이사회와 같은 의사결정기구도 없다. 펀드 운용은 독일 출신의 프로그래머인 크리스토프 옌츠가 만든 코드에 따라 실시되며 투자자들은 투자대상에 대해 가부를 표할 수 있다. 또 DAO 토큰을 보유한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원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다른 투자자들에게 제안할 수도 있다.
이번 펀딩으로 모인 자금은 DAO 핵심 참가자들의 주도로 가상화폐 보안기술인 블록체인(Block-Chain)이나 사물인터넷기술(loT) 등에 투자될 예정이다.
펀드 운용 프로그램을 만든 옌츠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물론 이 시도는 위험을 떠안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 기술은 인터넷의 미래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해당 펀드에 1만 유로를 넣은 한 투자자는 “역사를 만드는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성공하든 그렇지 못하든 (새로운 벤처펀드는) 흥미로운 생각”이라고 말했다. NYT는 이 펀드에 대한 투자를 ‘주인도 없고 메뉴도 없는 빵 가게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일각에서는 DAO 펀드의 법적 지위가 문제가 있으며 돈세탁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또한 실물화폐가 아닌 가상화폐를 사용한 투자이기 때문에 가치폭락 등으로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도 거론되고 있다.
한편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원은 DAO 크라우드펀딩에 대해 “한국에서도 상당히 많은 금액이 투자됐다”며 “DAO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상화폐 이더 가격도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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