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성 아이돌 가수가 행사장 앞에서 20대 남성 팬이 휘두른 흉기에 난자당해 중태에 빠졌다. 용의자는 수개월 전부터 상대가 원치 않는 선물을 보내고 연락을 해오는 등 스토킹 행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도쿄 경시청은 대학 3학년생으로 학업과 가수 및 연기자 활동을 병행해 온 도미타 마유(20·사진)씨가 지난 21일 오후 5시께 도쿄 고가네이시의 라이브 공연장이 있는 건물 부지 안에서 이와자키 토모히로(27)가 휘두른 흉기에 목과 가슴 등 20곳 이상을 찔려 중태라고 밝혔다. 이와자키 용의자는 무직에 거주지도 분명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에서 체포된 이와자키 용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도미타씨에게) 선물을 보냈으나 되돌아왔다. 현장에서 이에 대해 물었으나 애매한 답변을 해 화가 나서 몇 번이고 찔렀다”며 “죽일 생각이었다”고 진술했다. 도미타씨는 인기 아이돌 그룹 소속은 아니지만, ‘시크릿 걸스’라는 그룹에서 활동하며 라이브 콘서트나 뮤지컬 공연 등을 해왔다.
도미타씨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블로그나 트위터에 집요하게 글을 올리는 사람이 있다’며 관할 경찰서에 이와자키 용의자에 대해 알리고 전화 상담 등을 했다. 그러나 이날 행사에 앞서 도미타씨가 경찰에 신변호보호 요청을 하지 않아 경찰관은 파견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아사히신문은 이와자키 용의자의 트위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 18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총 399건의 글을 도미타씨에게 보낸 것으로 보도했다. 이 가운데 340건은 도미타씨가 올린 공지 등에 질문을 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전한 글로 분석됐다. 처음에는 신변이나 일상에 대한 간단한 질문이었지만 나중에는 과격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용의자가 집착하는 ‘손목시계’에 대한 글도 있었다. 지난 4월 28일 이와자키 용의자는 ‘우체국으로부터 택배가 왔다. 보낸 사람을 알 수 없고 손목시계와 책 3권이 있었다’며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일을 해줘서 고맙네’라고 적었다. 후에 그는 돌려받은 책은 태우고 시계는 망치로 부숴버릴 거라고도 적었다. 또한 그는 도미타 씨에게 손목시계를 보내기 전에 ‘(내가 보낸) 손목시계를 버리거나 팔 거라면 돌려줘, 그건 내 마음이니까’라거나 ‘손목시계를 선물한 것은 조금이라도 당신(토미타)과는 진지한 관계를 바라고 있는 것’리나는 등의 글을 남겼다.
스토커 피해 상담 비영리기구 이사장 고바야카와 아키코 씨는 NHK와의 인터뷰에서 “이전에 비해 팬과 아이돌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진 상황에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과 접할 기회가 있는 행사장은 표적이 되기 가장 쉬운 곳이기에 특히 위험하다”며 “이번처럼 인터넷 등에서 전조가 있는 경우에는 주위에서 협력하여 막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2014년에는 이와테(岩手)현에서 열린 일본 최고 인기 아이돌 그룹 ‘AKB48’ 멤버들의 악수회 때 멤버 2명과 스태프 1명이 톱을 가진 남성에게 공격당해 부상한 사건이 있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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