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익숙한 이솝우화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다. 개미는 미래에 필요한 자원의 양을 가늠하고 현재 여유 생산분을 축적했다. 반면 베짱이는 미래에 대한 준비는 전혀 않고 현재를 즐기며 소비에만 집중한 결과 미래에 두 주체가 맞이한 생활의 수준은 정확히 뒤바뀐다는 결말을 냈다. 198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프랑코 모딜리아니와 알버트 알도가 발표한 생애주기가설은 이 모습을 정확히 표현한다. 누구나 일생 중 경제활동이 가능한 시기는 한정된 반면, 점점 늘어나는 수명에 소비기간 또한 길어진다. 더욱이 노년으로 갈수록 의료비 등에 지출총액이 증가하며 소비곡선은 60대 중·후반까지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소득패턴은 30대부터 증가해 40대 정점을 찍고 50대 하락추세에 접어든다. 즉 소득과 소비가 일치하지 않으니 30대, 40대에 여유금액을 축적해 두었다가 50대 이후에 소비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생애 자금순환 주기 따라 적합하게 짜여진 노후 대비 금융상품이 바로 연금이다. 연금은 경제활동 시기에 자본을 축적했다가 노후에 자금을 소모하는 라이프사이클의 구조를 그대로 구현했다. 또한 납입금 중 연간 400만원까지 13.2%(지방세 포함) 세액공제가 가능하며, 투자자가 5년 이상 연금상품에 가입하고 55세 이상이 되는 시점부터 정기적 혹은 일시적 연금수령 또한 가능하다. 퇴직연금 또한 근로자의 퇴직금을 마련하는 수단으로 지난해 말 기준 적립규모 126조원, 가입자 수 590만명을 넘어섰다.
선진국 중 국가 복지 증진에 연금을 활용한 경우가 많다. 호주의 슈퍼애뉴에이션이 대표적이다. 특정규모 이상의 소득이 있는 국민이라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며, 부담률은 급여의 9.3~12%수준으로 꽤 높다. 슈퍼애뉴에이션은 지난 1992년 호주 금융당국에서 먼저 시행했지만 국민들의 큰 신뢰를 얻고 있다. 과거 운용성과가 우수해 풍요로운 노후가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주식투자 비중이 높아 증시상승 및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며 선순환 구조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관리 하고자 한다면 연금부터 챙겨보자. 불안정한 국민연금에 소중한 제2의 삶을 맡기지 말고 자산증식과 절세로 마음 편히 노후를 맞이하자. 연금은 개미의 경우처럼 꿈꾸던 미래를 실현할 수 있는 첫 번째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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