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부터 영아의 어린이집 이용 지원에 부모의 보육 필요 정도가 반영된다. 부모가 자녀를 돌볼 여건이 되는 집에는 기본적으로 오전9시부터 오후3시까지 6시간의 보육 서비스와 월 15시간의 긴급 보육 바우처를 지원하고 장시간 자녀 양육 공백이 발생하는 집에는 종일반 보육 서비스를 지원한다.
이 같은 정부의 맞춤형 보육 운영방침이 발표된 후 찬반 의견이 다양하게 개진됐다. 수요자가 필요한 만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도 나왔고 시행상의 문제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맞춤형 보육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전업주부 등 이용시간이 줄어드는 부모들의 어려움, 종일제 보육 대상의 사각지대 발생, 종일제 보육 자격 판정을 위한 행정적 부담으로 요약된다.
우선 전업주부가 자녀의 어린이집 이용시간 제한으로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다. 물론 누구라도 어린이집 이용시간이 줄어든다면 불이익을 받는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맞춤형 보육은 어린이집 이용의 실제와 제도 간 괴리를 해소해 정책 실효성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즉 부모의 보육 서비스 필요 정도와 무관하게 모든 아동에게 12시간까지 허용하는 현 제도는 정책 의도와 달리 보육현장에서 이용시간이 짧은 아이를 선호하는 경향을 만들었다. 이런 보육정책은 일하는 부모와 같이 장시간 보육이 필요한 부모의 실질적인 요구에 적절하게 부응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또 일부 아동은 필요 이상으로 어린이집에 길게 머물게 하는 등의 부작용도 나타났다.
맞춤형 보육은 누구에게나 어린이집 기본 이용시간을 보장하고 장시간 보육이 필요한 부모의 경우에는 불편 없이 보육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본 이용시간과 긴급 바우처 시간을 합산하면 전업주부의 평균 보육시간인 6시간을 상회한다. 부모가 가정에서 자녀를 돌볼 수 있는데도 영아가 오후 늦게까지 어린이집에 머무는 것은 신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아동에게 도움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부모가 자녀를 직접 양육하거나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자 할 때 지원이 가능하도록 시간제 보육기관이나 육아종합지원센터와 같은 양육 지원 시설 등의 지역사회 인프라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종일제 보육의 필요성을 증명할 수 없어 어린이집 이용이 제한되는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 이 점은 사실 맞춤형 보육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사항 중 하나다. 장시간 보육이 필요하면서도 이를 서류로 증명하기 어려운 가구를 면밀히 파악해 종일반 보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종일제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는 부모와 행정공무원의 편의가 고려돼야 한다. 우선 사회 보장 정보 시스템 등 공공기관이 보유한 정보를 활용해 종일반 자격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는 부모에게 별도로 서류를 제출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읍·면·동 주민센터에는 부모 상담 등을 돕는 보조인력도 지원해야 한다.
서문희 한국보육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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