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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사 '미제사건 0' 도전한다

땀 한방울로 범인 DNA 찾아내고

삭제된 스마트폰·SNS 데이터 복원

목소리로 테러·유괴 범죄자 색출…

유전자 분석 등 수사기법 진화로

살인·강간범죄 검거율 98% 달해





# 지난 4월 경기도 안산 단원구 대부도에서 마대에 담긴 채 발견된 남성의 시신. 심한 부패로 손가락이 퉁퉁 부어 지문채취가 어렵자 경찰은 손가락 표피를 벗겨 내고 속 지문을 채취해 약품 처리한 뒤 피해자를 밝혀냈다. 신변 확인을 확인한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와 함께 살던 조성호(30)를 피의자로 특정해 검거했다.

# 지난해 9월 주거침입 강간 사건으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피의자 A. 당시 검사는 A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자 피해자 진술을 토대로 A의 구강상피세포를 제출받아 유전자(DNA)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피해자 의류에서 발견된 DNA는 물론 과거 미제 강간사건 2건의 범인 DNA와도 일치하는 것으로 파악해 그를 구속했다.

“이제 완전 범죄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극히 미량의 혈흔이나 땀만으로도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과학수사 기법이 발전하면서 이른바 ‘4대 흉악범죄’(살인·강도·방화·강간) 검거율이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 치밀하게 계획된 흉악범죄라면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워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지만 혈흔이나 정액 등을 분석하는 기술이 검거율을 높이는 데 크게 일조하고 있어서다.

23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살인과 강간 범죄자 검거율은 2014년 기준으로 각각 97.5%와 98.8%에 이른다. 사기나 폭행 등의 범죄를 망라한 전체 형법 범죄자 검거율이 60~70%대에 머무르는 것과 비교해 흉악범죄자 검거율은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살인·강간·방화 사건은 범죄 현장에서 발견되는 증거물이 혐의 입증에 중요한 단서가 되는데 땀 한 방울로도 범인을 특정하는 수준으로 과학수사의 발전이 이뤄진 덕이다.

최근 서울 송파경찰서는 특수절도 용의자의 장갑 자국에서 단서를 찾아 혐의를 입증했다. 장갑을 낀 법인이 주택가 창살을 절단하는 과정에서 스며 나온 땀의 흔적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였다. 대검 과학수사기획관을 지낸 이정만 법무법인 윈앤윈 대표변호사는 “수사에 첨단 기술을 적용하면서 미제사건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면서 “디지털 포렌식이나 지문과 같은 체취 분석을 통한 수사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검찰과 경찰이 수사에 적극 도입하고 있는 디지털포렌식(Digital Forensic)은 컴퓨터나 스마트폰과 같은 저장매체나 인터넷의 디지털 정보를 분석해 범죄 단서를 찾는 기술. 지난 2008년 대검찰청이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를 설치한 뒤 기술발전을 거듭해 DNA 분석 외에도 스마트폰 기록부터 이메일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삭제된 데이터까지 복원하는 기술을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2014년 세월호 승객과 가족이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복원해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할 수 있게 한 게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개그맨 이창명씨이 범행 은폐를 시도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스마트폰 사용 내역을 토대로 행적을 역추적해 주목을 받았다. 사고 20시간 만에 조사에 응한 이씨에 대해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 사고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를 면허 취소 수치인 0.16%로 추정했고 병원 기록에서도 이런 내용이 입증됐다.

마약이나 불량식품 영역에서도 과학수사의 활약상은 돋보인다. NDFC는 지난달 동·식물과 미생물의 ‘DNA 바코드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작업을 마무리했다. 극히 적은 양의 성분 분석만으로도 해당 동·식물과 미생물의 종을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범죄 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예컨대 DNA 바코드 DB를 활용하면 세관에 압수된 양귀비 씨앗이 마약류인지 아닌지를 정확하게 밝힐 수 있다는 얘기다.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수사관이 최근 구축한 ‘유전자(DNA) 바코드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해 범죄 관련성이 있는 동·식물의 DNA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 DB는 한국 자생생물 DNA 정보 3만개 등을 담고 있다. /사진제공=대검찰청


대검 과학수사부 관계자는 “가짜 백수오 사건의 이엽우피소처럼 국내에만 보유한 우리 자생생물 DNA 정보는 수사에서 활용 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해 보유수량을 대폭 늘려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검이 준비하고 있는 표준 음성 DB도 앞으로 과학수사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표준말을 사용하는 서울권과 영호남 방언권의 성별·연령별 목소리를 DB화해 범죄자를 음성학적으로 검증하겠다는 게 검찰의 복안이다. 유형별 목소리의 객관성을 확보되면 보이스피싱이나 유괴, 테러 등과 같은 얼굴 없는 범죄의 용의자 추정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다만 아쉬운 대목은 체계적인 지원이다. 이 변호사는 “범죄 수법의 진화 속도와 비교해 아직 수사당국의 장비와 인력 현실은 열악하다”며 “처우 개선을 기하고 전문 인력 육성에 적극 나서는 한편 예산도 더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대경·박우인기자 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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