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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으로 번지는 극우바람, 태풍 되나

오스트리아 극우파 호퍼 후보 대통령 당선 유력

호퍼 득표율 51.9%로 1위

무슬림 배척·TTIP 반대 등

'오스트리아 제일주의' 표방

외국인 혐오증 유럽확산 등

정치지형 지각변동 올수도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과 국수주의 바람이 거세지면서 서유럽 최초의 극우 대통령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치러진 오스트리아 대통령선거 결선 투표에서 극우파인 노르베르트 호퍼(45) 후보가 1위를 달리면서 막판 뒤집기가 일어나지 않는 한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다. 호퍼 후보가 당선될 경우 난민 문제를 계기로 확산되고 있는 서유럽의 국수주의 열풍에 한층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개표 마감 결과 자유당의 호퍼 후보가 51.9%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다. 호퍼 후보는 난민과 무슬림 배척,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반대 등 ‘오스트리아 제일주의’를 내걸어 이번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와 공약이 유사해 ‘유럽의 트럼프’로 불리기도 한다. 호퍼 후보의 대항마인 녹색당 출신 무소속 후보 알렉산더 판데어벨렌(72) 후보는 48.1%로 호퍼 후보에게 3.8%포인트 뒤졌다. 호퍼 후보가 승리하면 유럽의 첫 극우 성향 국가수반이 된다.



변수는 90만표에 달하는 부재자 투표다. 우편으로 실시된 부재자 투표자는 총 유권자의 14%에 달해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부재자 투표는 상대적 진보진영인 판데어벨렌 후보에게 유리하다는게 통설이다. 앞서 1차 선거 부재자 투표에서도 호퍼의 득표율은 1%포인트 떨어진 반면 판데어벨렌 후보는 1%포인트 상승했다.

호퍼 후보는 이날 자유당 당사에 나와 하인츠 크리스티안 당수 등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그는 “누가 대통령이 될지 아직 알 수 없다”면서도 “11년 전 자유당에 대한 지지율이 3%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선거는 사실상 승리”라고 자축했다. 자유당은 지난 1950년에 창당됐으며 초기에는 2차 세계대전 전범인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당과 연계가 있었으며 수십 년간 오스트리아 정계의 소수파로 머물다가 난민 문제 확산을 계기로 세를 불렸다. 현지 언론은 이번 대선 결과가 난민과 경제 문제 등을 두고 양극단으로 나뉜 오스트리아 시민의 민심을 단적으로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가디언은 “극우 성향의 대통령이 탄생한다는 그 자체만으로 오스트리아와 유럽의 정치 지형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라며 “외국인 혐오증이 전 유럽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내각책임제를 채택하고 있는 오스트리아에서 대통령은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지만 실질적 권한은 없는 상징적 존재다. 과거 오스트리아 대통령은 주로 중도 성향의 정치인들이 맡아 정치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디언은 호퍼가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정치판을 뒤흔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호퍼 후보는 선거 기간 난민통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을 경우 내각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호퍼 후보는 이날 당사에서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이번 대선에서 우리가 승리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2년 뒤 총선에서 승리해 크리스티안 당수가 총리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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