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24일 인선을 놓고 논란을 빚고 있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관련, 비대위원장을 자신이 겸임할지, 아니면 다른 인사를 영입할지에 대해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친박·비박 양쪽의) 의견을 많이 듣고 있다”며 “그러나 신중하게 결정을 해야 하는 만큼 시간을 좀 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비대위원장이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안했다”며 겸임의사가 없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날 발언은 지난 20일 4선 이상의 중진회의에서 혁신형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정 원내대표에게 일임하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자 당내 반발이 커지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친박계는 최근 비대위원장 후보로 황우여 강재섭 전 대표 등을 거론했지만, 이들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관심이 없다”거나 “이미 끝난 일”이라며 고사한 상태다. 재선 당선인 중심의 친박계 6∼7명이 최근 비공개 회동을 열고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지낸 박상증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과 헌법재판관 출신의 김희옥 전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까지 후보군으로 거론했지만 영입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비대위 성격 자체가 7~8월 예정된 전당대회 준비를 위한 한시적 역할에 머물러 있는 데다, 이미 정 원내대표의 인선안에 대한 친박들의 집단적인 반발로 무산된 만큼 내부나 외부인사 모두 수락하기가 어려운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수도권 친박계 의원은 통화에서 “비대위원장 인선을 하는 데 뭔 시간을 이렇게 끌고 있느냐”며 “당내 여러 의견을 듣고 책임지고 결정하면 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정 원내대표가 19대 국회의원 경험이 없다 보니 당의 중심인 초선 당선자와 재선의원들을 몰라 인선작업이 지연되는 게 아니냐”고도 했다. 또 다른 비박계인 김선동 의원은 “위원장 모셔오고, 중간지대 인사로 비대위 재구성해야 한다“고 했고, 이장우 의원은 “비대위원장·원내대표 겸직은 안된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에 비박계 한 핵심 의원은 통화에서 “친박들이 스스로 비대위원장 자리를 무덤으로 만들어 놓고는 이제 와서 명망있는 외부인사를 영입한다고 하니 말처럼 쉽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친박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딱 들어맞는 인사로 영입하라는 압박을 하고 있지만, 설령 그런 인사가 수락을 해도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인물이 될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중도의 길은 고속도로 중앙선에 서 있는 것 만큼 위험하다는 영국정치인의 말이 있다”며 “제가 약속을 한 거니까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비대위원장 등에 계파를 초월한 통합형 인물을 앉히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김홍길기자 wha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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