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4위에 올랐던 STX조선은 법정관리로 가더라도 청산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수주절벽은 물론 당장 운영자금마저 없어 채권단도 추가 지원할 경제적 명분과 실익이 없다고 하는 판국이다. 한마디로 진작 정리됐어야 할 기업이 정책자금에 의존해 3년간이나 연명해온 꼴이다. 애초 자율협약 신청 당시부터 시장 원리를 무시한 정부와 채권단이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며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책이 이런 참담한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이 바람에 덤핑 수주가 기승을 부리고 멀쩡한 다른 조선업체까지 동반부실의 늪에 빠져들게 만든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채권단은 지난해에야 STX조선을 ‘특화 중소형 조선사’로 바꾸겠다고 나섰지만 이마저도 글로벌 조선시황을 무시한 미봉책에 그쳤을 뿐이다. 정부와 채권단이 좌고우면하면서 구조조정의 적기를 놓친 결과라 할 수 있다.
STX조선의 법정관리행은 현재 진행 중인 구조조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벌써 지역경제와 노조의 거센 반발을 의식해 부실기업을 연명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정부마저 이런 외풍에 방향성과 일관성을 잃고 흔들리는 모양새다. 전문가가 배제된 어설픈 구조조정은 STX조선처럼 부실 덩어리만 키우는 우를 범하게 마련이다. 기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관치금융만 부추기는 자율협약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러잖아도 금융권에서는 산업계 구조조정이 물 건너갔다는 회의론이 팽배해지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철저히 시장논리에 따라 구조조정 대상을 결정짓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과단성을 보여야 한다. 더 이상 미적거리면 제2, 제3의 STX조선이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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