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하던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 선임 작업이 김희옥 전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 내정으로 일단락되면서 당권 경쟁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의 고향이 친박계 좌장 최경환 의원의 지역구(경북 경산청도)와 같아 다가올 전당대회가 최경환 의원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경욱 새누리당 대변인은 26일 현안 브리핑에서 “정진석 원내대표가 혁신비대위원장에 김희옥 전 위원장을 내정했다”며 “김 내정자는 청렴하고 원칙을 지키는 소신으로 우리 당에 진지하고 활발한 혁신 논의를 이끌어갈 적임으로 판단돼 발탁됐다”고 밝혔다.
한 달 넘게 이어져온 지도부 공백 사태는 김 내정자 선임으로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첫 비대위 구성 시도에 실패하며 친박계와 비박계에 끌려다니던 정 원내대표가 혁신비대위원장 선임에 속도를 낸 것은 지난 24일 김무성 전 대표, 최 의원과의 3자 회동 이후다. 3자 회동이 열린 날 친박계 초·재선 의원들도 회동을 갖고 김 내정자를 추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 원내대표는 김 내정자를 영입하겠다고 김 전 대표와 최 의원에게 알렸고 두 사람 모두 긍정적으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내정자는 비정치인으로 계파색을 갖고 있지 않아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또 친박계가 김 내정자의 고향이 최 의원의 지역구라는 점을 고려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내정자는 오는 7~8월로 예정된 전대에서 새 대표가 선출될 때까지 당 대표를 겸임하며 당을 이끌어간다. 사실상 남은 두 달 동안 전대를 꾸리는 관리형 임시대표인 셈이다. 이에 따라 당내 관심은 전대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3자 회동 합의와 김 내정자 선임으로 최경환 의원이 당권에 한발 더 다가섰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전 대표와 최 의원, 정 원내대표는 3자 회동 당시 집단지도체제를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바꾸기로 의견을 모았다.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뽑아 당 대표의 권한이 지금보다 강화된다. 전대에 친박계 후보들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별도로 선출하면 친박계 표 분산을 막을 수 있어 최 의원에게 유리하다. 또 전대를 관리하게 될 김 내정자가 계파색이 없지만 최 의원과의 연결고리가 있다는 점도 최 의원에게는 긍정적인 신호다. 최 의원은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전대 출마 여부를 밝힐 계획이다.
정 원내대표는 다음주 초 당선자·당협위원장 총회를 열고 김 내정자 발탁 배경을 설명한 뒤 조속한 시일 내에 전국위원회를 열어 김 내정자를 혁신비대위원장으로 추인할 예정이다.
한편 김 내정자는 동국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1976년 제18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찰에 입문했다. 2005년 법무부 차관을 지냈고 2006년 헌법재판소 재판관에 임명됐다. 헌재 재판관에 재직 중이던 2010년 모교인 동국대 총장직으로 자리를 옮겨 화제가 됐다. 올 2월까지 제14대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을 지냈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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