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컴퓨팅(Cognitive Computing) ‘왓슨’은 의사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입니다. 왓슨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여러 치료법을 내놓고 의사의 보다 정확한 진단을 돕게 될 것입니다.”
줄리 바우저(44·사진) 미국 IBM의 왓슨 개발담당 상무는 26일 연대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왓슨은 마치 수련의가 훈련하듯 신문기사나 논문 등 수많은 의료정보와 환자치료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학습·분석·추론하는 과정을 거쳐 진화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왓슨은 문샷(달 착륙)에 비견할 만한 혁신”이라며 인지컴퓨팅이 몰고 올 의료계의 미래를 점치기도 했다. 바우저 상무는 “왓슨이 세계인들의 건강 수준을 높여 의료비용을 줄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BM은 왓슨 개발을 위해 빅데이터(260억달러)·클라우드 구축(80억달러), 사물인터넷(IoT·30억달러), 인식 시스템(40억달러) 등에 총 410억달러(약 48조원)를 투자했다. 막대한 투자를 감행한 만큼 왓슨은 의료계 곳곳에 파고들어 크고 작은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항암치료다. 바우저 상무는 “기존의 암 치료를 보면 초기에 적용한 치료법의 44%가 중도에 변경되고 이 같은 임상 결정의 절반은 증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정확한 진단·치료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한 뒤 “왓슨은 방대한 데이터를 소화해 철저한 증거에 기반을 둔 환자맞춤형 치료법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같은 방식은 미국 암센터인 메모리얼슬론케터링(MSK), 인도 마니팔병원, 태국 붐룽랏국제병원 등에서 이용되고 있다.
왓슨의 활용은 의료영상 분석과 임상시험에까지 팔을 뻗었다. 바우저 상무는 “임상시험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적합한 환자를 찾아내는 것”이라며 “미국 메이요클리닉에서는 왓슨을 활용해 적합한 지원자를 연결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왓슨은 앞으로 의학적 데이터뿐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비의료 데이터를 헬스케어 분야로 끌어들여 인지컴퓨팅의 의료계 활용도를 더욱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바우저 상무는 “인간이 창출한 데이터를 보면 의료 분야는 유전학 5%, 치료·임상시험 등 의학이 20%뿐이고 나머지 75%는 사람의 행동 등과 같은 비의료 분야”라며 “75%의 비의료 데이터까지 활용해 왓슨의 분석력을 향상시킨다면 앞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같은 신종 감염병을 예측해 경고해주는 단계까지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왓슨의 한국 의료계 도입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쳤다. 바우저 상무는 “왓슨이 여덟 번째 언어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며 “북미 외에 인도·태국 등에서 왓슨을 도입한 만큼 한국에서도 왓슨이 활용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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