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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기자의 군사·무기 이야기] 한국군 아파치 ‘절반만 채운 탄창’

공격력 스펙 최고 수준이지만

예산 부족해 장착무장 불충분

부산항에 26일 도착한 아파치 공격 헬기 1차분 4대 가운데 1호기가 날개 조립을 마치고 이륙하고 있다. 한국 육군의 아파치는 세계 최강의 성능을 지녔지만 예산 부족으로 장착 무장을 충분하게 확보하지 못해 유사시 즉응 능력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사진제공=방위사업청




한국 육군이 26일 아파치 헬기를 도입해 20년이 넘는 숙원을 풀었다. 외환위기를 겪으며 취소 또는 지연된 대형 공격 헬기 도입을 마침내 성사시킨 것이다. 시기가 늦어진 대신 육군은 아파치 헬기 중에서도 세계 최고 성능의 기체를 인수하게 됐다. 26일 1차분 4대가 부산항에 도착해 27일 육군에 인도될 AH-64E 아파치 가디언 공격 헬기의 성능은 스펙상 최고 수준이다.

무엇보다 안정성과 신뢰성이 더 높아졌다. 엔진을 T700-GE-701D으로 교체해 출력이 25%가량 증대됐다. 트랜스미션도 내구성이 강화한 신형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로터 블레이드도 유지 보수가 보다 쉬운 신형으로 교체됐다. 특히 전자·통신 장비는 이전의 아파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프로세서는 8배, 메인컴퓨터는 24배 용량이 늘어났다.

다만 어떤 나라보다 싸게 AH-64E 아파치 가디언 공격 헬기를 구입하는 통에 몇 가지가 빠졌다. 우선 장착 무장이 부실해질 우려가 있다. 육군이 운용할 아파치는 2개 대대분 36대. 그러나 무장은 1개 대대의 수요만 충족하는 수준에 그쳤다.

육군이 최초로 운용하게 된 AGM-114L 헬파이어 미사일은 288발만 구매해 1개 대대(18대)가 한 대당 16발을 장착하면 동난다. 한국 육군의 경우 아파치 공격 헬기가 전차만 상대하는 다른 나라와 달리 북한이 수백 척을 보유한 공기부양정까지 사냥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족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위용 무장인 스팅어 공대공 미사일도 60발뿐이다. 36개에 2발씩도 못 다는 수준. 물론 각종 무장을 조합할 수 있으나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하게 무장이 적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항공탄약(미사일) 구매 예산이 3,756억원에서 3분의1 수준 이하로 깎인 탓이다.



미군용과 비교해 위성통신장비도 빠졌다. 아파치 헬기의 눈이라고 할 수 있는 롱보 레이더 장착형 역시 당초 12대를 구매할 계획이었으나 6대로 축소됐다. AH-64E 아파치 가디언의 특장점 중 하나인 소형 무인기 통제 시스템도 한국 육군용에는 장착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한국군용 아파치 공격 헬기를 AH-64D 블록Ⅱ와 AH-64E 아파치 가디언의 중간 단계로 간주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사업청은 항공탄약의 운용을 즉시 조달체계로 바꿀 생각이지만 구매 단가가 오히려 상승할 우려도 있다. 군은 미국이 대체할 생각을 갖고 있는 헬파이어 미사일 등을 대신할 국산 현궁 장거리형 개발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일러야 3~4년 뒤에야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 육군은 오랜 염원을 이뤘지만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자동차로 치면 기본 옵션이 빠진 차를 구매한 셈이기 때문이다. 무장 측면에서는 성능 좋은 소총을 지녔지만 막상 탄창은 절반밖에 안 채운 형국이다.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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