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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국회선진화법 권한쟁의 각하] 쟁점 법안 '발목' 불가피…양보·타협의 정치로 가야

19대 국회보다 더한 정쟁 이어질듯

각 당 태도변화·의회정치 개선 필요

26일 오후 서울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새누리당 의원 19명이 국회의장과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 청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국회선진화법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20대 국회가 여야 합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쟁점법안 통과가 더 어렵게 됐다. 19대 국회에서 여당이 줄기차게 통과를 추진해온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사이버테러방지법 등이 국회선진화법에 발목이 잡혀 상임위 조차 통과하지 못해 자동 폐기된 전례가 되풀이 될 수 있어서다.

국회선진화법은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한 상임위 정족수 기준을 재적 위원 5분의3으로 정해놓고 있다. 상임위에서 특정 정당이 반대할 경우 상임위 소속 의원 5분의3이 찬성을 하면 법안 처리 과정이 진행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논의가 계류만 된 채 중단이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19대에도 노동시장 개혁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꼭 필요한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발전법 등이 전혀 진척을 보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틈만 나면 서비스발전법 통과를 촉구해왔지만 여대 국면에서도 여당이 힘을 쓰지 못해 결국 폐기되는 운명을 맞았다.

문제는 이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국회선진화법이 20대 국회서도 그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19대 국회에서 ‘여대’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쟁점법안 처리에 번번이 발목이 잡히면서 피해를 입어 줄기차게 개정을 주장해왔지만 20대 국회에서는 여소야대로 역전돼 오히려 선진화법이 야당발 입법 드라이브를 막을 방패가 될 수 있어 소극적으로 변했다. 실제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선진화법 개선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앞장서 나갈 것”이라며 이전보다 크게 후퇴한 원론적인 얘기만 했을 뿐이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헌재의 결정이 난 상황에다 이전에도 국회선진화법 유지를 주장해왔기 때문에 20대 국회에서 개정 이야기를 먼저 꺼낼 수 없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국회선진화법 개정이 쉽게 이뤄지기는 어려운 구조가 됐다.

이에 따라 여당이나 야당의 각종 입법들이 합의를 전제하지 않고는 통과가 어려운 상황이 계속될 전망이다. 쟁점법안에 대한 합의의 중요성이 그만큰 커진 것이다. 그러나 여야 합의는 말 처럼 쉽게 이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국회선진화법 위헌을 주장하며 공개변론에도 참여했던 권선동 새누리당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앞으로는 여야가 타협의 정치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여야가 서로 양보하고 타협해야 하긴 하는데 운영철학 등 간극의 차이가 커서 쉽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쟁점법안에 대한 여야 합의통과가 그만큼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여야 막론하고 대부분의 의원들도 여야가 ‘협치’를 강조하고 있지만 막상 쟁점 법안에 대해서는 서로 선명한 입장을 내지 않을 수 없는 현실적인 한계를 지적했다.

거야가 된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오히려 걱정스러운 입장이다. 19대와 반대로 새누리당에 발목이 잡혀 야심 차게 준비 중인 경제민주화 입법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생법안을 통과시켜 수권정당의 이미지를 각인시켜야 하는데 이 같은 전략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거야가 입법공조를 통해 밀어붙이기식으로 나오면 여론의 역풍도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전문가는 “국회선진화법이 있어도 여소야대 국면에서 상임위 배분에서 수적으로 유리한 거대 야당이 19대 여당이 했던 것처럼 일방적으로 법안을 밀어붙이고 타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적 비난을 받을 수 있다”며 “여야가 한발씩 물러나 국익만 생각해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결책은 협치와 소통, 그리고 타협 등 의회정치의 근본인 합의정신을 되살리는 길 뿐이다. 전문가들은 계파나 정당 이익이 아니라 국익을 단 하나의 기준으로 모든 정책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19대 국회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각 당의 태도변화와 의회정치 문화를 바꿔가야 한다”며 “외국 선진국처럼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는 법안에 대해서는 급하게 밀어붙일 게 아니라 시간을 두고 합의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또 “굳이 법제화에 의존하기보다 사회적 합의를 통한 정책적인 접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홍길기자 wha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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