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 시장이 부동산 사용권을 사고파는 곳이라면 기업 시장은 기업을 사고파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슈퍼마켓·식당·미용실과 같은 소규모 점포들이 거래되는 기업 시장도 있다. 바로 권리금 시장이다. 권리금 거래는 임대차 계약을 동반하는 특수성이 있기는 하지만 본질은 점포(기업)의 영업적 가치와 영업시설 일체를 사고파는 기업인수(acquisition)인 것이다.
권리금 시장은 공인중개사 또는 창업 컨설턴트 같은 중개인들이 주도하고 있으나 권리금의 산정 및 거래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권리금을 통상 시설·영업·바닥 권리금으로 구분하나 구분이 쉽지 않을뿐더러 산정 근거가 투명하지 않다. 기존 임차인이 과거에 지급한 권리금이 유일한 시장자료가 된다. 더군다나 점포 입지에 대한 대가로 수수하는 바닥권리금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장소적 이익이 권리금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권리금은 기업의 영업활동과 그로 인한 영업이익을 사고파는 대가로 장소적 이익은 권리금이 아닌 부동산 임대료에 반영돼야 한다. 점포의 입지적 장점은 점포의 영업활동, 즉 영업권리금에 이미 반영돼 있다.
둘째, 바닥권리금 수혜자가 임차인이 아닌 임대인이라는 점이다. 임대인은 기업 시장의 거래 당사자가 아닌 임대 시장의 당사자로 권리금이 아닌 임대료의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권리금은 기업 영업활동에 대한 대가임에도 어떤 영업활동도 일어나고 있지 않은 신규 점포, 공실 점포에 바닥권리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해 3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고 국토교통부도 이에 발맞춰 ‘감정평가 실무 기준’을 개정해 권리금 감정평가 기준을 수립했으나 권리금 시장은 아직도 불완전 경쟁 시장에 머물러 있다. 불완전 경쟁 시장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못하며 초과이윤이라는 급부와 경제적 피해라는 반대급부를 만들어낸다. 거액의 권리금을 지급하고도 점포의 영업이익을 누리지 못한 임차인들의 경제적 피해는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원칙과 근거 없이 권리금을 산정하고 차액에 대해 중개수수료를 수취하는 거래 관행에 대한 정부의 관리 감독과 부동산 자원의 효율적 배분, 거래질서 확립, 부동산 의사결정의 판단 기준을 제시해야 하는 감정평가사들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