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56㎞ 강속구를 담장 밖으로 보내버린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가 플래툰 시스템 ‘족쇄’도 날려버릴 기세다.
이대호는 31일(한국시간) 미국 시애틀의 세이프코필드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전에 주전 1루수 애덤 린드와 함께 선발 출전했다. 이대호가 7번 타자 1루수, 린드는 6번 지명타자로 기용됐다.
이날 샌디에이고 선발은 오른손 투수 앤드루 캐시너였다. 시애틀 구단은 오른손 타자 이대호를 왼손 투수용 백업 1루수로 규정해왔으나 이날은 왼손 타자 린드와 동시 기용했다. 오른손 투수가 나올 때 이대호가 선발로 나서기는 올 시즌 두 번째다.
투구 궤적을 볼 때 일반적으로 오른손 타자는 오른손 투수를 상대하기 까다롭다. 이대호는 그러나 이날 6대2로 앞선 8회 말 1사 1·3루에서 오른손 구원투수 브랜던 마우러의 빠른 공을 좌중월 쐐기 3점포로 연결했다. 3경기 만에 선발로 나와 열흘 만의 시즌 7호 홈런을 터뜨린 것이다.
앞서 선발 캐시너를 맞아서도 7회 선두타자로 내야안타를 쳤다. 4타수 2안타(1홈런) 3타점을 올린 이대호는 시즌 타율 0.267(75타수 20안타)에 16타점, OPS(장타율+출루율) 0.850을 찍었고 시애틀은 9대3으로 이겨 3연패를 끊고 29승21패를 기록했다. 지명타자 린드도 2안타 2타점으로 제 몫을 해냈다.
이대호는 홈런 7개 중 4개를 오른손 투수한테서 뽑아냈다. 오른손 상대 타율도 0.290(31타수 9안타)이다. 플래툰 시스템(투수 유형에 따른 교차 기용)이 무의미한 셈이다. 이대호와 린드를 계속 같이 내보내는 게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4번 타자 넬슨 크루즈가 걸린다. 지명타자 크루즈는 주전 외야수의 부상으로 최근 우익수로 돌아섰다. 이 때문에 이대호의 출전 기회가 늘어난 것인데 크루즈는 외야 붙박이를 맡기에는 수비가 약하다. 결국 지명타자로 돌아와야 할 선수라 이대호가 당장 주전으로 승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선발 출전할 때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면 어떤 식으로든 기회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스콧 서비스 시애틀 감독은 경기 후 이대호에 대해 “매 경기 뭔가를 보여주고 있다.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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