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8일 한국의 날 터키 안탈리아 엑스포 정원박람회. 에게해에 면해 있고 높은 산맥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안탈리아는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높았다. 고대 아시아 북동부 지역에서 우리와 함께 살았다는 터키 사람들은 진취적이면서도 정감이 넘친다. 어깨가 절로 들썩이는 우리 전통 농악이 공연되자 터키의 관객들이 모두 뛰어 나와 함께 손잡고 춤을 췄다. 순천시가 주관해 구성한 엑스포 한국정원은 솟을대문과 담장, 연못과 징검다리까지 전체가 소박한 듯 정결한 한국의 미를 그대로 살린 예술품에 가깝다. 오랜 세월 갈고닦은 장인의 손길이 닿았는지 누각 아래 우정의 종은 울리는 소리가 깊고도 은은해 마치 한국에 온 듯했다.
한국동란의 시기에 많은 병사를 파병해 도와줬던 터키는 우리나라와 ‘형제의 나라’라고 할 만큼 돈독한 우정을 쌓아왔다. 2002 월드컵 3, 4위전에서 우리나라 선수들과 터키 선수들은 경쟁보다는 손을 맞잡았고 우리 국민들도 그 모습에 박수를 쳐줬다. 그리고 이제는 많은 한국 기업들이 터키 시장에 진출해 터키 산업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안탈리아와 주요 대도시에 전철 차량을 대규모로 공급해 친환경적인 교통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기여한 현대로템, 그리고 올해 4월1일부로 공식 출범한 터키의 4G 이동통신시스템 도입을 지원하는 정보통신(IT) 대기업들, 그리고 터키의 자동차·철강 등 기간산업에 진출해 한·터키 합작의 글로벌 산업으로 육성하는 기업들 모두가 한국의 기업들이다.
특히 터키의 본격적인 4G 통신시대 진입으로 인해 2011년 이래 4G 통신을 상용화한 한국의 이동통신은 최상의 파트너로 자리 잡아가는 중이다. 세계적 IT 시장을 선도하는 한국 기업과의 협력으로 터키의 통신서비스는 점차 빨라지고 더욱 향상되고 있다. 자동차 시장에서의 협력 가능성도 높아지는 추세다. 주로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개발한 모델의 부품을 수입해 조립 생산하는 데 중점을 둔 터키 승용차 생산의 특성상 글로벌 자동차 업계와의 공동생산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한국의 이커머스(e-commerce) 및 홈쇼핑 기업들의 터키 시장 투자 진출도 활발해지면서 한국의 우수 온라인 마케팅 기법들이 터키에 전파되고 있다. 터키의 e-commerce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도 우리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 터키의 산업발전과 터키 진출 한국 기업의 투자여건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국제정치적 변수도 큰데 이 점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5년부터 개시된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 협상이 장기간 진전이 없다가 2015년 말부터 시리아 난민 문제 협의를 계기로 다시 본격 재개됐으며 터키 정부는 EU 회원 가입을 핵심 전략목표로 천명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얼마 전까지 협상이 장기간 정체돼왔었기 때문에 EU 가입 가능성에 대한 터키 경제계의 기대는 그다지 높지 않다. 결국 향후 터키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사안의 가능성에 대해 반반으로 나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시리아 난민 문제의 경우, 터키는 현재 250만명 이상의 난민을 수용하고 있지만 대규모 인원의 추가 수용이 필요하다는 말이 계속 제기되고 있을 만큼 터키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유럽과 중동의 교량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잠재력과 기회가 커지는 반면 국제사회적인 부담과 위기가 따르는 것이다.
‘꽃과 어린이’를 주제로 한 안탈리아 엑스포에는 터키를 비롯한 세계 50여개국의 정원이 참가하고 있는데 그 매력이 하나같이 눈길을 끈다. 어느 나라든 꽃과 어린이는 사랑스럽듯이 터키의 경제는 이런저런 문제들에 부딪히면서도 꾸준히 유지되는 활기가 있다. 미래를 꿈꾸는 우리 기업인들에게 터키는 국제 비즈니스의 훌륭한 터전이 될 수 있다.
권오륭 이스탄불무역관 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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