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교라인의 핵심 실세로 부상한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무국 부위원장이 31일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전격 방문했다.
이 부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연초 터진 4차 북핵 실험과 5월 북한 7차 노동당대회 전후로 냉각 상태였던 북중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오는 6월6~7일 베이징에서 열릴 연례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앞두고 북한 외교실세가 중국을 방문하는 것이어서 북핵 이슈 등 대북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 논의 의제와 관련해 미리 의견을 나눌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리 부위원장 일행은 북한 고려항공기편으로 이날 오전 평양을 출발해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도착한 후 버스 10여대를 나눠타고 시내 모처로 이동했다. 지난 1월 핵실험 이후 북한 고위인사가 중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 사절단의 방중에 대해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한 정권 차원의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면 굳이 이런 행보를 펼칠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우리 정부가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으니 이제는 중국을 대상으로 대화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냉랭해진 북중관계는 7차 노동당대회에 대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축전 발송, 최근 김정은의 북한·중국 농구팀 친선경기 관람 등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사절단 방중을 계기로 북중관계 개선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교수는 중국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 “핵 문제에 대한 미국과 북한의 입장차이를 좁혀나가면서 대화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6자회담과 같은 대화 재개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김주현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장은 “아직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6자회담 재개까지 내다보는 것은 너무 멀리 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임기 내에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도 북핵 문제로 중국과의 갈등이 심화되는 것은 부담스럽기 때문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선뜻 한반도에 배치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대북제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도 결국 출구전략(대화) 마련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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