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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필의 음악 이야기] '성악의 꽃' 테너

테너는 성악의 꽃이라 불린다. 잘 생기고 훤칠한 테너가 높은 고음을 쭉~! 뻗어 길게 소리를 낼 때면 흡사 축구선수가 멋진 중거리 슛을 성공시킬 때와 같은 짜릿함을 청중에게 선사한다. 사실 남성의 가장 자연스러운 음역대는 바리톤의 음역이다. 그래서 바리톤의 노래를 들을 때면 말하는 음성을 듣는 듯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반면 테너의 음성은 자연스럽다기 보다는 어딘가 만들어진 느낌을 준다. 만약 어느 테너의 노래가 시종일관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들렸다면 기술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경지에 이른 유명 성악가일 확률이 높다

역사적으로 볼 때 아무리 훌륭한 저음가수(바리톤, 베이스) 일지라도 테너의 인기와 명성을 넘어서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특히 테너에 대한 여성팬들의 선호도는 거의 압도적인데 여성들은 바리톤의 굵직하고 부드러운 말소리에 약하면서도 노래 소리 만큼은 테너의 음성을 좋아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테너의 소리에는 판타지가 있다. 상상은 할 수 있으나 실제로는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소리를 냄으로서 무언가 기적의 소리를 듣는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직업 성악가로 데뷰를 한 후에도 언제나 자기 관리에 힘쓰고 예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감기는 테너에게는 어느 질병보다 두려운 존재일 수 있다. 감기에 걸렸다는 것은 곧 노래를 아예 할 수 없다는 것이므로 테너인 필자의 경우 하루에도 열두번씩 손을 씻어서 겨울에는 손이 항상 건조하다. 일반적인 작은 질병도 테너에게는 매우 무서운 문제로 재기될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 테너의 고음은 기가 빠지면 내기가 힘들다. 무대에 서서 높은 음을 시원하게 뽑으려면 정신과 몸에 기가 충만해야 한다. 함께 노래하는 동료 성악가이든 청중이든 그 기에 밀리는 순간 테너는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다. 오죽하면 거의 모든 테너들이 이구동성 무대위에 올라가면 모든 것이 기 싸움이라고 할까.



오페라 무대나 콘서트 등 어느 공연에서나 테너는 큰 박수와 갈채를 받는다. 물론 노래를 잘 불렀을때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어쨌든 청중은 테너를 엄청나게 사랑하고 무대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는 성악가도 테너이다. 최고 탑 클래스의 몇몇 소프라노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테너의 개런티 액수를 넘지 못한다. 이는 테너가 되기 위한 노력과 테너로 살아가는 어려움에 대한 보상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성부의 성악가들보다 그 전성기가 짧다는데 그 이유가 있다. 인간은 누구나 노화하고 목소리 또한 그러하다. 만약 테너가 60세가 되어서도 여전한 소리를 낼 수 있다면 그 테너는 아마도 평생을 노래 이외에는 다른 어떤 것에도 시간과 정성을 나누지 않았을 것임을 필자는 확신한다. 20여년전 테너인 필자가 유학을 가던 로마행 비행기 안에서 "평생 노래해서 먹고 살겠노라" 다짐하며 바라보던 로마 공항의 오렌지색 불빛이 기억나는 밤이다. (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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