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도성 낙산공원에서 500m가량 동쪽으로 가면 '자지동천(紫芝洞泉)'이라는 각자가 새겨진 바위가 있다. 해석하면 '자줏빛 풀의 계곡에 있는 샘물'이라는 뜻이다. 사진에서 멀리 보이는 우물터가 바로 그 샘물이다. 수양대군(세조)에 의해 왕위에서 쫓겨나 강원도 영월로 귀양 간 단종을 그리며 왕비인 정순왕후 송씨가 살았던 곳이다. 생활이 곤궁해 옷감에 염색하는 일을 했는데 이 근처에는 자줏빛 색을 들일 풀이 많았다고 한다. 송씨가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은 지난 1457년으로 한양도성이 건설된 지 60여년이 지난 후였다. 조선도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전) 왕비가 도성 밖에 살아도 괜찮은 시기였던 것이다. 자지동천은 한양도성 성곽 밖에 있는 조선 초기 유적 가운데 하나다. /글·사진=최수문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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