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패행진 속에 가려졌던 한국 축구의 현주소는 강팀을 만나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되풀이되는 치명적인 실수와 실점 이후 쉽게 무너지는 허술한 조직력으로 세계 축구의 높은 벽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위 스페인과 평가전에서 1대6 패배의 쓴맛을 봤다.
FIFA 랭킹 54위인 한국 축구가 한 경기에서 6골을 내준 건 1996년 12월 아시안컵 8강에서 이란에 2대6으로 패한 이후 20년 만이다. 슈틸리케 감독으로선 지난해 9월 부임 이후 최다실점 기록이다. 첫 유럽 원정에 나선 슈틸리케호는 지난해 8월9일 북한과 0대0 무승부 이후 10경기까지 이어진 무실점 기록(쿠웨이트전 3대0 몰수승 포함)을 마감했다.
그동안 아시아에서 승승장구했던 한국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두고 보완해야 할 산적한 숙제만 남겼다. 최종예선에서는 2차 지역 예선과 달리 이란과 우즈베키스탄, 카타르 등 강호들이 버티고 있다.
유럽 원정에 현지 적응 시간도 이틀밖에 되지 않았고 2016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16)을 앞두고 재정비한 스페인의 전력을 감안해도 팬들의 기대와는 차이가 너무나 큰 경기력이었다.
실점하는 과정이 나빴다. 전반 30분 스페인의 다비드 실바(맨시티)에게 내준 프리킥 선제골은 골키퍼도 막을 수 없는 완벽한 골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실점은 실수에서 비롯됐다. 전반 32분 세스크 파브레가스(첼시)에게 내준 결승골은 골키퍼를 향한 장현수의 백헤딩이 너무 약해 볼을 빼앗기며 내줬다. 후반 5분 코너킥 상황과 후반 44분에 잇달아 모라타(유벤투스)에게 내준 실점은 모두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의 판단에 아쉬움이 있었고 나머지 실점도 스페인 선수들의 개인기에 수비진이 무너진 게 안타까웠다.
윤석영(찰턴)을 시험했지만 만족할 결과를 얻지 못한 왼쪽 측면 수비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게 됐다. 손흥민(토트넘), 기성용(스완지시티) 등 해외파들의 팀 내 입지 불안이 경기력 저하로 이어지리라던 우려도 현실로 나타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은 체코 프라하로 이동해 오는 5일 FIFA 랭킹 29위 체코와 유럽 원정 두 번째 평가전을 치른다. 이날 체코는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27위)와의 평가전에서 2대1로 이겼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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