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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말이야기]박태종 기수와 절영마





지난 5월21일 박태종(사진) 기수가 한국 경마 사상 2,000승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했습니다. 경마의 시스템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이 기록의 의미가 크게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관계자들은 당분간 깨기 어려울 것이라고 하나같이 입을 모읍니다.

박태종 기수의 나이는 만으로 51세입니다. 동료들 가운데서도 최고참인 박태종 기수는 화려한 기록을 가진 기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지도자의 길, 즉 조교사로의 전향도 마다하고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는 불타는 청춘입니다. 그는 엄청난 연습과 혹독한 자기절제로 유명합니다. 혈기왕성한 어린 후배들과의 경쟁에서도 여전히 뒤처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치열한 프로 스포츠의 세계인 경마에서 기수는 마주와 조교사에게 자신의 실력을 끊임없이 확인시켜줘야 좋은 말에 탈 기회가 많이 주어집니다. 어쩌면 그는 다른 기수들과의 경쟁보다 자신과의 길고 고독한 싸움에서 이겨냈기에 최고의 위치를 지켜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2,000승이라는 기록을 수립하기까지 독주하다시피 했던 박태종 기수를 보면 ‘절영마(絶影馬)’가 떠오릅니다. 부산의 영도(影島)는 오래전부터 국가의 말목장이 있던 곳입니다. 영도의 옛 지명은 절영도(絶影島)로 이곳에서 길러낸 말이 얼마나 빠른지 말 그림자가 따라가지 못해 땅에 비치지 않았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합니다. 말의 빠르기를 강조하기 위해 그림자가 붙지 못할 정도라고 과장한 표현이 절묘합니다.



삼국사기에는 성덕왕이 김유신의 공을 기려 그의 손자에게 절영마를 하사했고 고려사에는 견훤이 왕건에게 절영마를 선물했다가 이것이 고려에 가면 백제가 망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다시 돌려받았다는 기록이 전합니다. 이처럼 절영마는 국가에서도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은 명마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 그림자를 이긴 절영마처럼 자기 자신을 이긴 박태종 기수의 이름도 역사에 길이 남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김정희(말박물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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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문화부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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