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경선 후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는 여느 후보처럼 정치자금 모금 조직인 수퍼팩을 만들지 않고 풀뿌리 후원자에게 소액의 후원금을 받고 있다. 이들이 낸 돈은 평균 27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3만원이다. 그럼에도 샌더스 후보는 지난 4월말까지 약 11개월동안 난 모두 2억900만 달러(약 2,479억 원)를 모으는 기적을 일으켰다. 이는 라이벌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같은 기간 개인으로부터 거둬들인 정치후원금 1억9,000만 달러(2,253억 원)를 크게 웃도는 액수다.
샌더스에게 ‘27달러’ 후원을 한 이들은 누구였을까? 미국 현지 언론의 분석결과 4명 중 한명은 직업이 없는 사람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T)는 3일(현지시간) 샌더스 후보에게 평균 27달러의 정치후원금을 기부한 700만 명을 직업별로 분석한 결과 28.6%가 실업자·은퇴자 등 무직자였다고 보도했다. LAT는 연방선거관리위원회와 샌더스 선거캠프의 풀뿌리 모금창구인 ‘액트블루’(ActBlue.com)를 분석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
무직자들이 부족한 돈을 털어 샌더스 후보를 후원하는 이유는 그가 내세우는 정책 비전 때문이라고 LAT는 분석했다. 샌더스는 △소득 불평등 해소 △월스트리트 개혁 △공립대학 무상교육 △전 국민 의료보험 시스템 △최소임금 15달러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샌더스 지지자들은 특히 단발성 후원이 아닌 평균 3차례에 걸쳐 96달러를 후원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진보 성향이 강한 미국 동부 뉴잉글랜드 지역과 캘리포니아 주, 워싱턴·오리건 주 등 태평양 연안 북서부에서 소액 후원금이 가장 많이 나왔다. 공화당 우세 지역인 남부와 중서부, 동남부 지역에서는 모금 실적이 낮았다. 특히 월스트리트에서 나온 정치 후원금은 전체의 2%에 그쳤다.
LAT는 “샌더스 상원의원이 일으킨 ‘27달러의 기적’은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는 서민들의 ‘십시일반 모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평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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