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불이 꺼지지 않는 사무실, 마땅히 의지할 곳 없는 외로움, 미세먼지로 뒤덮인 공기.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삶의 질 평가에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모습이다.
지난달 31일 OECD가 공개한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BLI)’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38개국 중 28위에 그쳐 하위권에 머물렀다. BLI는 주거, 소득, 직업, 공동체, 교육, 환경, 시민참여, 건강, 삶의 만족, 안전, 일과 삶의 균형 등 11개 부문을 평가해 국가별 삶의 질을 가늠하는 지표다.
한국은 이 중 일과 삶의 균형, 공동체 의식, 환경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과 삶의 균형은 꼴찌인 터키(38위)와 멕시코(37위)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장시간 노동문화 개선을 국가적 과제로 내세운 일본(35위)보다도 낮은 순위다. 특히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50시간 이상인 근로자 비중은 23.1%로 OECD 평균인 13%를 훌쩍 뛰어넘었다.
사회적 소속감·연대의식 등을 의미하는 공동체 부문에서도 한국은 37위를 차지했다. 어려움에 닥쳤을 때 사회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75.8%로 OECD 평균(88%)에 크게 못 미쳤다.
환경 부문 역시 37위로 간신히 꼴찌를 면했다. 특히 대기오염이 심각해 지름이 2.5㎛ 이하인 초미세먼지 농도는 1㎥당 29.1㎍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이는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한 기준치 1㎥당 10㎍의 세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다만 교육 수준, 시민참여는 각각 6위, 10위로 상위권에 자리 잡았으며 주거·안전·소득 수준 등은 중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올해 BLI 종합순위가 가장 높은 곳은 노르웨이였으며 호주·덴마크·스위스·캐나다가 그 뒤를 이었다. 아시아권에서 한국과 함께 조사 대상에 포함된 일본은 23위를 기록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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