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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히틀러에 가려진 독일의 찬란했던 역사

■ 저먼 지니어스

저먼 지니어스

칸트·헤겔·쇼펜하우어·니체·비트겐슈타인·하이데거가 철학을, 하이든·베토벤·슈베르트·모차르트가 음악을, 릴케·하이네·괴테·헤세·브레히트·실러가 문학을, 멘델·아인슈타인·가우스·슈뢰딩거·하이젠베르크가 과학의 금자탑을 쌓았던 곳, 그리고 마르크스·베버·프로이트·융·아르도노·루카치·야스퍼스·하버마스·아렌트 등등.

'저먼 지니어스(원제 German Genius)'는 바로크 시대를 상징하는 바흐에서 현재까지 250년동안 독일 천재들의 활동, 또는 지식의 역사를 추적하고 있다. 한때 가난한 변방에 불과하던 독일은 18~20세기 3세기 동안 지적·문화적으로 다른 유럽국가와 미국을 뛰어넘는 창조국가였다. 그 어떤 나라보다도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내면의 풍요를 이상으로 삼았던 교양국가, 교육받은 중간계층을 최초로 형성한 국가, 대학과 연구소의 나라가 바로 독일이었다. 최소한 1933년 히틀러가 등장하기 전까지 그랬다.

저자는 히틀러 이전의 그 찬란했던 독일의 창조적인 업적이 어디서 왔으며 어떻게 가능했는지, 히틀러의 등장 이후 그것은 어떤 과정을 거쳐 무너졌으며 어떻게 회복되었는가를 방대한 문헌을 통해 파헤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독일인들은 '문화(Kultur)'와 '문명(Zivilisation)'을 구별했다. '문명'이 유용한 무언가, 오직 인간 외적인 모습으로 이루어진 2등급의 가치를 뜻했다면 '문화'는 지적·예술적·종교적 사실을 가리켰다. 독일의 이런 지적인 자부심은 19세기 이후 단순하게 '문명화(독일적 의미에서)'된 서구사회에 대한 우월의식으로 이어졌고 자기실현에 대한 욕구를 키웠다. 하지만 히틀러는 모든 것을 바꿨다. 그가 정권을 잡은 1933년부터 1941년까지 미국으로 10만명의 독일·오스트리아인이 망명했다. 이들은 대부분 지식계급이었다. 이후 독일은 철학과 음악, 문학, 과학에서 역사의 2등으로 떨어졌다.



책은 천재들의 숨겨진 에피소드도 흥밋거리로 실었다. 또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거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독일 천재 35명을 부록에 실었다. 뉴욕타임스의 기자였던 저자는 서구의 열등국가에서 강대국으로 롤러코스터를 탄 독일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천재들의 행적이 인류의 역사로 이어진다는 발상이 흥미롭다. 5만4,000원.

/최수문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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