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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인생 합쳐 422년…9명 대배우 '햄릿'으로 뭉쳤다

권성덕·전무송·손숙·박정자 등

이해랑 연극상 수상자 의기투합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 이해랑 연출 탄생 100주년 기념 공연으로 무대에 올려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 이해랑 연출 탄생 100주년 기념 연극 ‘햄릿’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7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작품의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유인촌, 윤석화, 손봉숙. 무덤지기 역의 권성덕은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사진=신시컴퍼니




“여태 많이들 했으니 이제 연기 좀 하지 맙시다.” 연출가의 주문에 배우들의 머릿속은 이내 하얘진다. 연극 무대에서, 그것도 배우에게 연기하지 말라니 이 무슨 소리인가. 그 답을 찾아가며 ‘처음 연극 하는 마음으로’ 연습에 매진 중인 9명의 배우는 권성덕·전무송·박정자·손숙·정동환·김성녀·유인촌·윤석화·손봉숙. 연기 인생만 합쳐 422년에 달하는, 어디 가서 ‘선생님’ 소리를 듣는 이들이다. 연극계 어벤저스가 함께 만드는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명작 ‘햄릿’이다.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 한국 최초 햄릿 전막 공연을 올린 고(故) 이해랑 연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손진책 연출과 박명성 프로듀서, 박동우 무대감독, 그리고 9명의 배우 등 역대 이해랑 연극상 수상자들이 의기투합했다.

손 연출은 7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햄릿’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9명의 배우가 각자 본인의 연극 철학으로 관객과 진솔하게 소통하는 무대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며 “기술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관객과 소통함으로써 완성되는 새로운 연극을 해보자는 마음에 ‘연기를 하지 말라’는 주문을 했다”고 밝혔다.

연극 ‘햄릿’의 손진책(왼쪽) 연출과 박동우 무대 감독. 손 연출은 “배우들의 나이가 장점이 되는 연극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 감독도 “이번 작품의 무대 콘셉트는 ‘연기’”라며 “배우들의 입체화된 연기가 가장 잘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사진=신시컴퍼니


이번 작품은 한 무대에서 만나보기 힘든 ‘연기 달인’들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거장들의 모임답게 평균 연령은 68.2세. 1956년생인 윤석화·손봉숙이 연습실 분위기를 책임지는 막내라니 말 다했다. 60대에 햄릿을 연기하는 유인촌은 “배우 모두 일단 나이에 대한 걱정은 모두 잊기로 했다”며 “오히려 연습장 분위기는 어떤 연극보다 진지하고 정열적이다”고 전했다. 오필리어를 맡은 윤석화도 “나이 60이 넘어 연출 선생님께 이런저런 지적을 받으면서 기(氣)도 많이 죽었지만, ‘내가 이 나이에도 이런 지적을 받으며 새 도전을 한다’는 기쁨도 있다”며 “마치 다시 데뷔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나이만큼 쌓인 연륜은 이 작품을 이끄는 가장 강한 원동력이다. 배우의 존재감만으로 극을 끌어가는, “나이가 장점이 되는 작품을 만들겠다”는 손 연출의 포부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햄릿의 어머니인 ‘거투르드 왕비’ 역의 손숙도 “외국에서는 배불뚝이 오셀로도 있고, 대머리 햄릿도 있다”며 “유인촌의 햄릿을 보면서 어느 젊은 배우가 저 배역을 저렇게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이라는 고정관념은 버려도 될 것 같다”고 거들었다.



반대 성(性)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활약도 주목할 만하다. 박정자는 오필리어의 아버지 플로니어스를, 김성녀, 손봉숙은 그동안 남자 배우들이 연기해 온 햄릿의 친구 호레이쇼·로젠크란츠를 맡았다.

연극 ‘햄릿’의 프로듀서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침체된 연극계가 활기를 되찾고 강한 에너지를 느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사진=신시컴퍼니


“진솔하게 느껴서 표현하라는 게 이해랑 선생님 가르침의 근본이었다.”(레어티즈 역 전무송), “긴장되고 조심스럽고 신이 나고 재밌다.”(클로디어스 역 정동환), “요즘 많이 행복하다.”(박정자), “전우애가 느껴지는 연습장소가 내겐 참 귀하다.”(김성녀), “제2의 연극을 하고 싶은 신선한 마음이 생긴다.”(손봉숙). 작품의 의미와 포부는 저마다 달랐지만, 결국엔 손 연출의 이 한마디로 하나가 됐다. “이해랑 선생께서 ‘열심히 한다고 좋은 연극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 없이는 좋은 연극이 될 수 없다’고 하셨죠. 이 말씀 새겨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7월 12일~8월 7일 국립극장 해오름.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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