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론] 기업구조조정의 성공조건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강한 리더십 하에 정책 이끌어야

지연될수록 이익집단 반발커져

경기 경착륙 막는 부양책도 필요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기업 구조조정은 필요하지만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해운·조선·철강과 같은 기간산업의 구조조정은 더욱 어렵다.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하지 못하는 것은 먼저 늘어나는 실업 때문이다. 해운·조선·철강은 우리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간산업이다. 구조조정으로 인원을 감축할 경우 그러지 않아도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늘어나는 실업이 더욱 증가할 수도 있다.

경기 경착륙도 문제다. 구조조정은 둔화되고 있는 성장률을 더욱 낮춰 경기 경착륙을 초래할 수 있다. 경기 경착륙은 자본이 자유화된 개방경제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사안이다. 기업 도산은 물론 자본 유출로 외환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 일정도 구조조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지금과 같이 대선을 1년여 앞두고 하는 구조조정은 선거를 의식해 형식적이 되기 쉽다.

따라서 해운과 조선업의 구조조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제팀의 강한 리더십하에 올바른 정책 선택이 중요하다. 먼저 해운과 조선업의 큰 밑그림부터 그려야 한다. 해운·조선·철강업은 하나의 산업군으로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에 필요한 업종이다. 이들 산업이 경쟁력을 가지면서 발전할 수 있도록 장기 계획을 세워 자금 공급과 인력 조정 그리고 필요한 경우 합병을 해야 한다.

구조조정을 신속히 마무리 짓는 것도 중요하다.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 공급을 두고 비록 최근에 의견이 모이고 있지만 한 달 동안 한국은행과 정부가 논쟁을 계속해왔다. 구조조정이 지연될수록 노동조합을 비롯한 이익집단의 반발로 구조조정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정권 레임덕이 있는 경우 이러한 반발은 더욱 심해지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재무성은 1주일 내 자금 공급 계획을 세웠고 한 달 만에 자금 공급을 시작해 금융 시장의 동요를 막았다.

경기 경착륙을 막을 수 있도록 경기부양책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 구조조정은 추가적 경기 침체를 불러온다. 경기 경착륙을 막기 위해서는 구조조정과 함께 금리를 인하하거나 재정을 확대해 과도한 경기 침체를 막아야 한다. 그리고 소비세 인하와 같은 미시적 경기부양책도 사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지난 1980년대 초반 긴축 통화 정책과 기업 구조조정을 병행해 성공한 사례가 있다. 당시 강력한 구조조정과 긴축 통화 정책의 조합은 기업 구조조정을 성공하게 만든 요인이었다. 그러나 자본 시장이 개방된 지금은 그때와 같이 구조조정을 하면 경기 경착륙으로 인한 외국 자본 유출로 외환위기를 겪게 된다. 1997년 외환위기가 바로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지금 상황은 1997년 외환위기 직전과 매우 유사하다. 1994년 미국이 금리를 높이고 이에 대응해 일본은 환율을 높이면서 우리 수출 경쟁력이 약화됐다. 그런데 지금도 미국은 금리를 높이고 있고 일본 역시 아베노믹스로 환율을 높여 대응하고 있다. 1993년 출범한 김영삼 정부는 신경제 정책으로 내수 부양 정책을 사용했는데 현 정부 역시 내수 부양 정책을 사용하고 있으며 수출 또한 그때와 같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외환위기 직전에도 당시 정부는 자동차와 철강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한보철강과 기아자동차를 구조조정 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과 경영진의 반발이 거세지고 결국 대외 신뢰도가 낮아지면서 외국 자본 유출로 외환위기를 겪었다. 1년여 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일정 또한 유사하다. 외환위기 직전에도 정권의 레임덕이 가속화하고 경제팀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결국 구조조정도 성공하지 못하고 외환위기만 겪은 것이다.

경제 여건이 어려운 지금 우리는 과거의 구조조정 실패 경험을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올바른 구조조정 정책 운용으로 해운·조선업의 경쟁력을 높여 우리 경제를 경기 침체의 터널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경제팀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기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