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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편한여행] 아기는 동물을 좋아해!

<1> 서울대공원







<연재를 시작하며>

‘하늘의 축복’인 아기가 찾아왔다는 기쁨도 잠시, 누구나 ‘초보 엄마’라는 역할 앞에서는 좌절을 맛보기 마련입니다. 몸을 제대로 추스르기 전부터 시작되는 잠과의 전투는 물론, 아기에 대한 책임감과 집 밖 한번 마음대로 나가기 어려운 답답함이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니까요.

하지만 이럴 때 과감히 아기와 함께 바깥세상으로 나간다면 신세계가 펼쳐집니다. 백화점, 키즈카페가 아니라도 유모차길, 수유실 등 편의시설을 잘 갖추고 있어 아기와 어렵지 않게 돌아다닐 수 있는 곳들이 많이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이번 연재를 통해 초보 엄마·아빠들도 아기와 함께 쉽게 도전할 수 있는 나들이 코스와 유용한 나들이 팁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1> “아기는 동물을 좋아해”- 서울대공원



만 14개월이 갓 지난 딸아이의 관심은 요즘 온통 동물에 쏠려 있습니다. 동네에서 강아지라도 지나다닐라치면 울음소리를 흉내 내며 즐거워하지요. 집 근처 반려견 놀이터에 갔을 때는 열심히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합니다. 이제 사람이 아닌 움직이는 것은 다 ‘워워-’라고 부르던 수준에서 벗어나 그림책 속의 토끼와 기린, 강아지의 차이를 알고 구분하기도 하고요. 이 시기의 아기는 정말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날은 딸아이에게 마음껏 동물 구경을 시켜주기로 했습니다. 서울 근교에 동물을 볼 수 있는 곳들이 여럿 있지만 사자, 기린, 호랑이 등 대형 동물들이 사는 본격적인 동물원은 몇 개 없어요. 그 중 대표적인 장소는 어린이대공원과 서울대공원입니다. 모두 집에서는 멀지 않지만, 저희는 주차하기가 더 쉬운 서울대공원으로 차를 돌렸습니다. 주변에서 어린이대공원을 갈 때는 아주 일찍 나서지 않는 한 차보다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편을 추천했거든요.

직접 가보니 서울대공원 주변에는 주차 공간이 매우 많습니다. 가장 일반적으로 차를 세우는 곳은 정문 주차장으로 일일 이용요금이 4,000원입니다. 날씨 좋은 주말 오후인데도 공간은 넉넉하더군요. 이 밖에도 코끼리 열차를 타지 않아도 되는 서울랜드 동문 주차장이 있지만, 이날은 동물원만 갈 예정이기 때문에 선택지에서 제외했습니다. 서울랜드와 동물원을 함께 보려면 일일 이용요금이 1만원이지만 코끼리 열차를 타지 않아도 되는 동문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겠네요. 동문 주차장 인근에는 현대미술관 주차장도 있지만 금방 만차가 되니 미술관이 목적지에 들어있지 않다면 웬만하면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코끼리열차 승강장으로 가는 유모차 전용길/연유진기자


정문에 주차한 뒤 곧장 코끼리 열차를 타러 갑니다. 동물원까지 가는 길은 유모차로 가기에도 편안하지만 약 20분 정도 소요된다고 해서 땡볕 아래서 가기에 조금 무리였거든요. 아이들이 많이 찾는 곳답게 코끼리 열차 승차장까지는 엘리베이터와 나무 데크로 마련된 유모차 전용길이 있어 힘들이지 않고 오르내릴 수 있습니다. 가격도 아기는 무료, 어른은 1,000원으로 저렴합니다. 유모차는 접어서 들고 탈 수 있는데 공간이 좁아 부피가 큰 디럭스 유모차를 들고 온 가족들은 좀 불편할 수 있겠네요.

동물원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곳답게 가격이 비싸지 않아 좋습니다. 장미축제가 진행 중인 테마 가든까지 보려면 700원을 추가해야 하지만 아기와 거기까지 둘러볼 기력이 없다는 걸 알기에 저는 절대 무리하지 않습니다.

서울대공원 동물원 입구 쪽에 마련돼 있는 유모차대여소. /연유진기자




서울대공원 동물원 입구 쪽에 마련돼 있는 수유실. /연유진기자


입구에는 수유실과 유모차 대여소가 있네요. 관람에 앞서 아기 배를 채워야 하거나 ‘비상상황’을 맞이한 가족들은 여기에서 채비하면 될 것 같습니다. 유모차는 보증금과 대여료가 있으니 참고하세요. 아기의 기저귀를 갈 수 있는 곳은 내부 곳곳에 있는 화장실에도 배치돼 있지만, 수유실은 이곳 외에는 눈에 띄지 않더군요.

아직 딸아이는 걷다가 넘어지기 일쑤기 때문에 이동은 100% 유모차로 했습니다. 서울대공원 내부는 모든 곳이 유모차로 다니기 쉽게 길이 닦여 있습니다. 저처럼 허리 근력과 체력이 부실한 엄마에게는 희소식이죠.

유모차를 끌고도 동물에 쉽게 가까이 갈 수 있도록 잘 정비된 진입로./연유진기자


앉아 쉴 곳은 생각보다 없습니다. 하지만 돗자리를 펼만한 그늘은 많으니 휴식공간을 위해 미리 깔 것을 준비하거나 내부에 있는 매대에서 돗자리를 사는 게 좋습니다. 먹거리는 어른이나 어린이가 먹을 것은 많지만 ‘영유아’를 위한 것은 눈에 띄지 않아 늘 그렇듯 미리 준비해 간 간식거리를 먹였습니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홍학 무리. /연유진기자


딸아이가 이날 가장 열광한 것은 빨갛고 긴 다리가 예쁜 홍학과 목이 긴 기린, 그리고 코가 손인 코끼리입니다. 기린이 목을 한 번씩 올렸다 내릴 때마다 아기는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네요.

‘딸아-네가 기쁘면 나도 좋다!’ 주중 격무에 지쳐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엄마 아빠는 이 맛에 주말을 과감히 딸아이에게 바치나 봅니다.

약 3시간을 동물원 구경에 쏟다 보니 엄마 아빠는 지쳐갑니다. 이제 좀 초여름의 뜨거운 햇살이 가셔 돌아다니기 좋아졌는데 폐장시간(3~10월은 오후 7시·8월 야간개장 시기 제외)이 빠른 편이다 보니 더 돌아다니기에도 무리가 있고요. 아기가 좋아할 게 분명하지만, 정문에서 멀리 떨어진 호랑이, 곰 우리는 다음번에 방문하기로 하고 저희 가족은 이만 동물원을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유익하고 만족스러운 나들이였지만 야간개장 기간을 조금 연장해줬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네요.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필진> 연유진·이수민기자

각각 딸과 아들을 키우고 있는 초보 엄마. 출산과 육아 휴직 기간, 집에만 갇혀 있는 생활이 답답해 아기와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으며 돌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초보 엄마 숨통 터지는 만만한 유모차 여행’(다봄)을 공동 집필했다. 회사에 복귀해 워킹맘으로 직장 생활하는 지금도 주말이나 휴가 때면 짬을 내 나들이나 여행을 다니고 있는 이들은 이 땅의 초보 ‘맘(Mom)’들이 조금이라도 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도록 다양한 팁을 담아 여행기를 연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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