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눈길을 끄는 실험은 15번홀(파4)에서 이뤄진다. 소위 ‘응원 해방구’를 마련한 것이다. 이 홀에서만은 정숙을 생명처럼 여기는 골프 관람의 틀을 깨고 마음껏 소리를 지를 수 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피닉스 오픈이 열리는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TPC 16번홀(파3)을 응용했다. 1만7,000명을 수용하는 대규모 스타디움 형태는 아니지만 티잉그라운드 주변에 갤러리 스탠드를 만들고 맥주를 마시는 것도 허용한다. 이 홀은 파4이면서 길이가 317야드로 길지 않아 드라이버 티샷으로 온 그린을 시도할 수 있다. 멋진 샷에는 다른 대회에서 들을 수 없는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오겠지만 실수를 한다면 혹독한 야유도 감수해야 한다. 15번홀은 홀마다 승패를 가리는 매치플레이 경기에서 2~3홀 차로 승부가 가려지는 곳이기도 해 관중들은 색다른 재미와 함께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별리그 시스템도 눈길을 끈다. 매치플레이는 1대1 맞대결이 흥미롭지만 변수가 많아 흥행을 담보할 수 없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이번 대회는 톱랭커의 조기 탈락을 막기 위해 올해부터 32강을 통과한 16명이 조별리그를 치르도록 했다. 4개 조로 나눠 각각 3경기씩 치르고 승리하면 1점, 무승부에는 0점, 패하면 1점을 깎는 승점제로 순위를 매겨 승점 1, 2위 선수가 결승에 진출한다. 16강에 오른 나머지 선수들은 3·4위전부터 5·6위전, 13·14위전, 15·16위전 등을 벌인다. 흥미와 흥행에만 초점을 맞춰 정통에서 벗어난 변종이라는 시각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최종일에 결승과 3·4위전 등 2개 경기만 벌어졌던 종전 방식과 달리 8개 매치가 치러져 갤러리들의 관전 폭도 넓어지게 됐다.
이변을 배제할 수 없지만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이 우선 우승 후보로 꼽힌다. 시즌 2승을 거둔 최진호(32·현대제철)와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우승한 박상현(33·동아제약)이 첫 ‘맞짱 킹’에 도전한다. 각각 유럽투어 선전인터내셔널과 싱가포르오픈을 제패한 ‘젊은 피’ 이수민(23·CJ오쇼핑)과 송영한(25·신한금융)도 국내 우승을 노린다. 매치플레이 우승 경험이 있는 강경남(33), 김대현(28·캘러웨이), 이기상(30·다보스병원), 이형준(24·JDX) 등의 첫 2승 경쟁도 볼 만하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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