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시 시장은 그의 부인과 함께 스페인 빌바오와 이탈리아 로마 등 유럽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시장 부인이 사용한 왕복 비즈니스 항공권 요금은 858만원으로 모두 시민의 혈세로 충당됐다. 시장의 출장지에 따라나선 그가 공공의 목적을 위해 활동한 한 사실은 없다.
# 관용차량은 시민을 위한 공공재산이다. 특정인의 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B시 시장의 부인은 자신이 봉사활동을 가거나 종교활동을 할 때 관용차량을 줄곧 이용했다. 평일에도 수시로 시청의 차량운영 담당자에게 자신을 위한 배차와 운전기사를 요구했다.
지방자치단체장 부인들이 개인 목적을 위해 위법하게 지위를 악용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자 정부가 적극적 저지에 나섰다.
행정자치부는 사적 해외출장 경비지원 금지 등을 담은 ‘지방자치단체장 부인의 사적행위에 대한 지자체 준수사항’을 지자체에 통보했다고 8일 밝혔다.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행자부는 설명했다.
행자부가 내놓은 준수사항에는 단체장의 부부동반 해외출장 때 공무원 여비규정을 준수해야 하며 공적 목적 외에는 경비를 지급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시했다. 단체장 부인이 사적용도로 관용차량을 사용하는 것도 ‘공용차량 관리규정 제10조’를 위반한 것임을 강조했다.
단체장 부인의 사적 활동을 지원하는 비서 요원으로 공무원을 전담배치하는 것은 물론 공무원 또는 공무원 부인이 동원될 수 없다는 점도 문서에 명시했다. 단체장 부인이 인사에 개입하는 것 역시 지방공무원법 위반으로 처벌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별다른 이유 없이 관사에 쓰이는 물건을 바꾸는 행위도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위반임을 알렸다.
이 같은 내용은 그간 지자체장 부인들의 과도한 권한 남용으로 논란이 된 바 있던 사례들에서 나온 것이다. 실제 전남의 한 시장 부인은 1년 5개월 동안 사적 행사에도 시청소속 공무원을 지원받아 차량 운전과 의전을 맡긴 적 있고 지난 2001년 1월 한 시장의 부인은 지방공무원 6명에게 승진 명목으로 8,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는 등 지자체장 부인이 위법하게 지위를 악용한 사례는 끊이지 않았다.
행자부 관계자는 “지자체장 부인의 사적인 행위에 예산을 지원하거나 공무원을 동원하는 것은 위법 부당하다”며 “지자체 인사제도운영과 관련된 각종 위법한 처리가 근절될 수 있도록 인사운영 처리기준을 마련해 배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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