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산은이 주채권은행이라 해도 구조조정의 주요 결정이 산은 단독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공개된 비밀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홍 전 행장의 이 인터뷰를 바람직한 내부고발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그의 책임회피에 가까운 처신 때문이다. 대우조선 방치의 부작용을 걱정한 정부 측의 요청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유동성 지원의 주체는 산은이며 최종 결정자도 홍 전 행장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과오는 감추고 모든 책임을 정부 쪽으로만 돌리는 것은 올바른 순서가 아니다.
홍 전 행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학 동문인데다 본인 얘기대로 ‘경제교사’였던 인연으로 정권 초기 인수위원까지 지낸 인물이다. 낙하산 비판을 의식했다면 애초부터 국책은행인 산은 행장직을 수락하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재임기간 중 아무 불평 없이 행장직을 수행해왔다. 홍 전 행장은 자기 무능부터 고백하고 반성했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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