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을 끄는 것은 그동안 차관급으로 운영해온 범정부구조조정협의체를 유 경제부총리를 수장으로 한 장관급 회의로 격상했다는 점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가지고 있던 컨트롤타워의 지휘봉을 유 부총리가 넘겨받아 직접 진두지휘하겠다는 뜻이다. 구조조정종합대책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뒤늦게나마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적극 대처에 나서 다행이다.
이번 구조조정에는 국책은행 자본확충과 선박펀드 확대 등으로 12조원의 자금이 투입된다. 한국은행까지 특정 산업과 기업에 대한 지원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우회 참여했다. 펀드 참여금액을 정부와 한은이 나눠 낸다고는 하지만 이 모든 게 국민의 부담이다. 게다가 조선업종이 특별고용업종으로 지정될 경우 추가 지원이 불가피하다. 7조원이나 투입했지만 경영비리와 부실로 검찰 조사를 받는 대우조선해양 같은 처지를 반복한다면 국민적 공분을 피하기 힘들다.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묻고 경영을 감시하는 데 빈틈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하반기 이후 진행될 대기업과 중소기업 구조조정에도 힘을 실을 수 있다.
구조조정이 단순한 기업 살리기에 그쳐서도 안 된다. 개별 기업을 넘어 산업 차원의 구조개편을 진행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해 우리 경제가 직면한 일자리 부족과 저성장의 탈출구로 만들어야 한다. 국민이 혈세 투입에 말없이 동의해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 구조조정과 산업 개혁은 우리 경제의 생존과 재도약을 위한 선택지 없는 과제”라는 유 부총리의 지적은 이런 의미에서 전적으로 옳다. 쉬운 일이 아니다. 반발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꼭 해야 할 일이다. 구조조정이 실패하면 부총리직을 내놓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는 이럴 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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