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먹거리인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제는 익숙한 단어가 된 VR은 현재 게임을 비롯해 교육, 의료, 스포츠,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영화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분야다.
지난 1월 열린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독립영화제인 선댄스 영화제에서 우리는 VR영화의 시대가 다가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화와 테크놀로지를 결합해, 실험 작품을 주로 상영하는 ‘뉴 프론티어’ 섹션에서 VR이 대세임을 입증했다. 그동안 한두 개만을 선보였던 VR작품이 무려 31편이나 선보였던 것이다. 모바일 앱으로 구현하는 VR콘텐츠도 수십 개였다. 이러한 추세는 할리우드로 옮겨갔고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를 필두로 한 수많은 영화사들이 지금 VR콘텐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현재 VR영화분야에서 가장 앞선 스튜디오는 20세기폭스다. 폭스는 리즈 위더스푼이 주연한 영화 ‘와일드’의 VR버전인 단편영화 ‘와일드: 더 익스피리언스’를 내놓았다. 그리고 멧데이먼이 출연한 영화 ‘마션’의 VR버전 ‘마션: 익스피리언스’를 제작했다. 월트 디즈니는 ‘스타워즈’를 개봉하면서 VR영상 ‘스타워즈: 트라이얼스 오브 타투인’을 공개했으며 뮤지컬 ‘라이온킹’의 VR버전도 제작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VR영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중국 최대 영화그룹인 완다는 할리우드의 VR제작사인 레젠더리 픽서스를 인수했고, 차이나 미디어캐피털도 디즈니와 함께 VR제작사에 투자했다. 메이저와 독립영화계, 미국과 중국의 구분이 없이 세계 영화계는 VR에 대한 높은 열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문제점도 있다. 그동안 제작된 VR영화는 대체로 10분을 넘지 않는 단편영상이 많았다. 긴 시간 즐기기엔 HMD(Head Mounted Display)의 무게로 인한 피로가 크고, 시선을 바꿀 때 생기는 잔상으로 어지러움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영화계가 VR에 대해 열광하는 것은 영화를 VR로 구현할 경우, 전혀 색다른 경험과 감동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근래에 각광받고 있는 드론과 VR을 결합시키면 더욱 실감나고 생생한 영상을 구석구석까지 촬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VR이 1인칭 체험의 성격이 강한 1인 미디어라는 점도 문제다. ‘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게임분야에서는 적합하지만 다양한 시점으로 연출되는 영화에서는 쉽지 않다. 3D영화처럼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사그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정보기술 기업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점에서 보면 이러한 걱정은 잠시 접어두어도 좋다.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는 VR을 중요한 신사업 분야로 여기며 “HMD가 10년 이내에 안경처럼 편안하게 사용하는 기기로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대표 감독 장이모 역시 “앞으로 10년의 영화산업 판도를 VR이 좌우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아이맥스는 조만간 VR영화관을 만들어 VR영화를 상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영화계에서 VR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그러나 곧 영화산업은 VR이라는 혁신적 기술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역사적으로도 새로운 기술이 영화계 도입됐을 때마다 침체된 영화산업은 재도약 했다. 이제 우리 영화계도 VR시대에 대비해야 할 시기다.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영화학박사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