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10일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뒤 처음으로 워크숍을 열고 계파 청산을 선언했다. 오는 8~9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비박계 모두 자제하며 한 발씩 물러서는 모습이다. 하지만 탈당파 복당 문제와 총선 백서 발간 등 계파 갈등이 폭발할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경기 과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새누리당 2016 정책워크숍’에서 “또다시 계파 타령을 하면 당은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우리 당도 확 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워크숍 마지막 순서로 계파 청산 선언문을 낭독했다. 정 원내대표가 지난달 24일 김무성 전 대표, 최경환 의원 등 3자 회동에서 합의한 사항을 실행한 것이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계파를 떠나 서로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분위기였다. 각 계파 수장인 김무성 전 대표(비박계), 서청원·최경환 의원(친박계)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혁신비대위 구성 이후 처음이다. 김 전 대표는 워크숍이 시작되기 전 정 원내대표, 서 의원과 한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친박계 정종섭 의원과는 점심을 함께했다. 최 의원은 김무성계 핵심 인사인 김성태 의원과 마주 보며 식사했다. 이날 워크숍 시작 전까지만 해도 비박계가 ‘친박 2선 후퇴’를 꺼내며 폭탄발언을 하기로 계획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긴장감이 돌았지만 당내 분란을 우려해 자제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비박계의 한 의원은 이에 대해 “오늘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겠다. 혁신비대위의 안을 먼저 보는 게 맞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당을 향한 비난을 피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행보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친박계와 비박계는 친박 정권 실세가 대우조선해양 혈세 투입에 개입했다는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의 폭로를 두고 이견을 보였다. 친박계는 “과장된 내용”이라며 일축했지만 비박계는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당내 갈등 요소도 산적해 있다. 조만간 총선 참패 원인을 규명한 백서가 발간되면 양 계파는 ‘총선 책임론’을 두고 또다시 대립할 수 있다. 혁신비대위는 조만간 지도체제 개편과 전대 시기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이를 둘러싼 계파 간 신경전은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과천=류호·박효정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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