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캐피탈타워(사진)’ 매입을 시작으로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블랙스톤은 전 세계에 투자한 부동산 자산운용 규모가 1,010억달러(약 118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운용사다.
10일 부동산금융 업계에 따르면 블랙스톤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매물로 내놓은 캐피탈타워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지난 1998년 완공된 캐피탈타워는 지하 6층~지상 24층 연면적 6만2,748㎡ 규모로 프라임급 오피스빌딩이다. 총매입가는 4,600억~4,800억원대로 예상된다. 3.3㎡당 2,420만~2,530만원 수준으로 역대 강남권 프라임오피스 최고가 거래로 기록된 나라빌딩(3.3㎡당 약 2,3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캐피탈타워는 블랙스톤이 국내에서 처음 사들이는 상업용 부동산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블랙스톤은 지난해 경기도에 위치한 물류센터 몇 곳에 대한 투자를 검토한 적이 있으며 현재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인수후보군에도 포함돼 있지만 아직 실제로 투자한 사례는 없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글로벌 운용사들이 북미·유럽에는 튼튼한 기반을 가진 반면 성장잠재력이 높은 아시아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아시아 주요 시장 중 중국은 투자여건이 악화 되고 있고 일본은 자국 투자가들 간의 경쟁이 심해 한국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블랙스톤의 경우 규모가 커 아시아에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많은 반면 호주 같은 다른 아시아 국가에는 이미 투자를 많이 했기 때문에 분산투자 측면에서도 한국을 눈여겨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인수전까지 나서
실제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외국계 투자가의 비중은 증가하고 있다. 세빌스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오피스·리테일 매매 시장에서 외국계 투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31%를 기록했다. 이는 5년 전인 2010년의 13%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블랙스톤의 이번 투자는 미래에셋에도 큰 의미가 있다. 최근 국내보다 해외 부동산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는 미래에셋 입장에서는 전 세계 부동산을 보유한 블랙스톤만큼 든든한 파트너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거래도 얼마 전 미래에셋이 블랙스톤으로부터 미국 하와이 와이키키의 ‘하얏트리젠시 와이키키비치호텔’을 약 7억8,000만달러에 인수하면서 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하얏트리젠시 와이키키비치호텔은 미래에셋이 블랙스톤과 처음 거래한 사례다.
한편 블랙스톤은 이르면 이달 중순께 본입찰이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여의도 IFC 인수후보군에도 포함돼 있다. 현재 IFC 인수전은 블랙스톤·브룩필드·중국투자공사(CIC) 등 3곳으로 매수후보군이 좁혀진 상태다. CIC의 경우 미국계 부동산자산운용사인 인베스코와 짝을 이뤄 투자할 예정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블랙스톤뿐 아니라 브룩필드와 CIC도 이번에 첫 한국 부동산 매입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국부펀드인 CIC는 IFC를 인수하면 중국계 자본으로서는 처음으로 국내 랜드마크빌딩을 보유하게 된다. CIC는 이번 본입찰에서 탈락할 경우 다른 운용사와 손을 잡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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